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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ience#지구과학#바다기원#마그마바다#행성과학#우주생물학

지구의 바다는 어디서 왔을까 — 지구가 스스로 물을 만들었을 수도 있다

혜성도 소행성도 아닐 수 있다. 최신 실험실 연구가 밝혀낸 놀라운 가설: 초기 지구의 마그마 바다가 예측보다 1,000배 많은 물을 직접 합성했을지 모른다.

12분 읽기 · 2026년 6월 19일 AM 11:56

지구 표면의 71%는 바다다. 평균 수심 3,700미터, 총 부피 13억 5,000만 세제곱킬로미터에 달하는 이 광대한 물의 세계가 없었다면 생명도, 문명도, 우리도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이 물은 도대체 어디서 왔을까?

수십 년간 과학자들은 두 가지 답을 놓고 논쟁해왔다. 혜성이 실어왔거나, 소행성이 가져왔거나. 그런데 2025년 발표된 실험실 연구가 세 번째 가능성을 제시해 행성과학 분야를 뒤흔들었다. 지구가 스스로 물을 만들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것이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S.-H. Dan Shim, 애리조나 주립대 지구물리학자

지구와 바다 — 우주에서 바라본 지구의 푸른 빛

우주에서 바라본 지구. 표면의 71%를 덮은 바다의 기원은 아직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혜성 기원설의 흥망: 빛나는 가설의 균열

1980년대까지만 해도 혜성은 지구 물의 가장 유력한 출처였다. 혜성은 태양계 가장자리의 차가운 영역인 카이퍼 벨트와 오르트 구름에서 만들어진 얼음 덩어리다. 수십억 년 전 이 얼음 덩어리들이 내태양계로 쏟아져 들어오며 원시 지구에 충돌했을 것이라는 논리는 직관적으로 매력적이었다.

유럽우주국(ESA)은 이 가설을 검증하기로 했다. 1986년, ESA의 조토(Giotto) 탐사선이 핼리 혜성의 핵에 접근해 물의 동위원소 비율을 측정했다. 핵심 지표는 중수소 대 수소 비율(D/H ratio)이었다. 수소 원자 중 중성자를 하나 더 가진 중수소의 비율은 물이 어디서 왔는지 알려주는 '우주적 DNA'와 같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핼리 혜성의 D/H 비율은 지구 바다의 두 배였다.

"전혀 맞지 않았다." — Karen Meech, 하와이대학교 행성천문학자

혜성 기원설은 흔들렸지만 포기되지 않았다. 이후 11개의 혜성에서 동위원소 비율이 측정됐다. 2011년, 허셜 우주 망원경이 하틀리 2(Hartley 2) 혜성에서 지구 바다와 거의 일치하는 D/H 비율을 발견했다. 희망이 되살아났다.

하지만 2014년 ESA의 로제타(Rosetta) 탐사선이 67P/추류모프-게라시멘코 혜성에 도달해 가장 정밀한 측정을 수행했을 때, 이 혜성은 지금까지 측정된 혜성 중 가장 높은 중수소 농도를 기록했다. 2024년에는 이 데이터를 재분석한 결과 먼지 오염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혜성 기원설은 이미 '유력 후보'에서 '가능성 중 하나'로 물러난 상태였다.


소행성 기원설: 더 나은 후보, 그러나 완전하지 않은 설명

혜성이 흔들리자 과학자들의 시선은 소행성으로 옮겨갔다. 화성과 목성 사이 소행성대의 탄소질 콘드라이트 운석들은 물을 함유하고 있으며, D/H 비율도 지구 바다와 훨씬 잘 맞았다.

2021년 영국의 한 가정집 진입로에 떨어진 윈치컴브(Winchcombe) 운석의 D/H 비율은 지구 바다와 '거의 완벽하게 일치'했다. 2023년에는 일본 하야부사2 탐사선이 소행성 류구(Ryugu)에서 가져온 샘플의 D/H 비율도 지구와 유사하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소행성 기원설은 강력해 보였다. 그러나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다.

귀족기체(Noble Gases)의 불일치. 아르곤, 크립톤, 제논 같은 불활성 기체는 지질학적 역사의 강력한 추적자다. 화학 반응에 참여하지 않기 때문에 기원을 그대로 간직한다. 그런데 소행성의 귀족기체 조성은 지구 대기와 맞지 않았다. 만약 소행성이 지구 물의 주요 공급원이었다면, 이 기체들도 함께 왔어야 했다.

"소행성 단독으로는 설명이 완전하지 않다." — Ashley King, 런던 자연사박물관 운석학자

지표혜성소행성지구 바다
D/H 비율대부분 불일치 (일부 일치)거의 일치기준값
귀족기체 조성미검증불일치기준값
공급 효율충돌 당 많은 양빈번하지만 소량

지구 자체 생성설의 등장: 마그마 바다가 물을 만들었다

혜성과 소행성 — 태양계 형성 초기의 혼돈

태양계 형성 초기, 수많은 소천체들이 충돌과 합체를 반복했다. 물의 기원을 둘러싼 논쟁의 핵심 증인들이다.

2025년, 劳런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의 물리학자 해리슨 혼(Harrison Horn)과 애리조나 주립대의 지구물리학자 S.-H. Dan Shim이 이끄는 연구팀이 충격적인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이들의 가설은 다음과 같다: 태양계 형성 초기, 원시 지구 주변에는 수소가 풍부한 대기가 존재했다. 동시에 지구 내부는 격렬한 충돌열로 완전히 녹아 마그마 바다를 형성하고 있었다. 수소와 용융 암석이 만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연구팀은 다이아몬드 앤빌 셀(diamond anvil cell)을 사용해 극한 압력을 재현했다. 레이저로 암석 샘플을 녹이고, 수소 가스를 주입한 뒤 화학 반응을 관측했다. 이 실험을 완성하는 데 5년이 걸렸다. 다이아몬드를 여러 개 깨뜨리면서.

"우리는 다이아몬드를 많이 부쉈다." — S.-H. Dan Shim

결과는 예상을 크게 뛰어넘었다. 수소와 용융 암석의 반응은 이전 예측보다 최대 1,000배 많은 물을 생성했다. 더 중요한 것은, 이 효율이 압력에 따라 급격히 증가했다는 점이다.

"높은 압력이 물 생성을 촉진하는 핵심 요인이다. 지구는 이런 반응이 시작되는 경계선에 정확히 위치한다." — Harrison Horn

이 연구와 동시에, 다른 실험실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독립적으로 확인됐다. 우연의 일치가 아니었다.


동위원소와 귀족기체: 증거들이 말하는 것

지구 자체 생성설이 특히 매력적인 이유는 소행성 기원설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다는 점이다.

D/H 비율 문제: 마그마 바다에서 생성된 물은 지구 내부의 수소와 산소가 결합한 것이므로, D/H 비율이 지구의 기준값과 자연스럽게 일치한다.

귀족기체 문제: 수소-마그마 반응으로 물이 생성되더라도 귀족기체가 유입되지 않으므로, 지구 대기의 귀족기체 패턴이 소행성 기원설과 충돌하는 문제를 피할 수 있다.

워싱턴대학교(세인트루이스)의 행성과학자 폴 번(Paul Byrne)은 이 과정을 이렇게 표현했다.

"행성들은 물을 풍부하게 갖고 태어날 수 있다 — 자생적인, 토착적인 물을." — Paul Byrne

이 관점은 태양계 너머로도 적용된다. 외계행성 관측에서 지구 크기의 두 배에서 네 배 사이, 물이 풍부한 '서브 넵튠(sub-Neptune)' 행성들이 흔하게 발견된다. 이들의 물도 같은 메커니즘으로 설명될 수 있을지 모른다.


마그마 바다 실험: 기술의 한계를 넘어서

마그마 바다 — 초기 지구의 용융 상태를 재현한 실험

다이아몬드 앤빌 셀 실험은 초기 지구의 극한 환경 — 마그마 바다 — 을 실험실에서 재현하는 기술이다. 연구팀은 다이아몬드를 여러 개 부숴가며 5년에 걸쳐 실험법을 완성했다.

다이아몬드 앤빌 셀 실험은 두 개의 다이아몬드 팁 사이에 극소량의 샘플을 끼워 지구 내부에 필적하는 압력을 만들어낸다. 여기에 레이저 가열을 더하면 수천 도의 고온까지 올릴 수 있다. 초기 지구의 마그마 바다 환경을 실험실에서 재현하는 것이다.

혼과 심의 팀은 5년 동안 실험 기법을 완성해가는 과정에서 다이아몬드를 반복적으로 파괴했다. 안전하게 반복 가능한 프로토콜을 확립하는 것 자체가 연구의 중요한 성과였다.

UC 산타크루즈의 실험 지구물리학자 퀸틴 윌리엄스(Quentin Williams)는 신중한 평가를 내놓는다.

"수소 반응으로 어느 정도의 물이 생성됐을 가능성은 분명히 있다. 하지만 그 양이 얼마나 될지는 꽤 불분명하다." — Quentin Williams

핵심 불확실성은 하나다. 초기 지구가 이 반응을 충분히 지속하기 위한 수소를 충분히 보유했는가? 코펜하겐대학교/룬드대학교의 천체물리학자 안데르스 요한센(Anders Johansen)은 회의적이다.

"지구 질량의 행성에서 이것이 가능한지 의심스럽다." — Anders Johansen

지구는 화성이나 목성 같은 다른 행성들에 비해 작다. 자체 중력으로 수소를 충분히 붙잡아 두기엔 역부족이었을 수 있다. 태양풍이 수소 대기를 날려버리기 전에 얼마나 많은 물이 생성됐는지는 아직 모른다.


남은 논쟁: 하나의 답은 없다

현재 과학계의 주류 견해는 '어느 하나'가 아닌 복합 기원설이다. 혜성, 소행성, 지구 자체 생성이 각각 일정 비율로 기여했을 것이라는 관점이다.

"이것들의 조합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 Karen Meech, 하와이대학교

그러나 각 기여도의 정확한 비율은 여전히 미지수다. 새로운 샘플, 더 정밀한 동위원소 분석, 그리고 더 많은 실험실 실험이 필요하다.

진행 중인 연구들:

  • 2025년: 혜성 12P/폰스-브룩스(Pons-Brooks) 관측에서 지구 바다와 유사한 D/H 비율 발견
  • 2024년: 로제타 탐사선의 67P 혜성 데이터 재분석 (먼지 오염 가능성 검토)
  • 추가적인 다이아몬드 앤빌 셀 실험으로 압력-수량 관계 정밀화 진행 중

옥스퍼드대학교의 운석학자 제임스 브라이슨(James Bryson)은 혜성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는다. 혜성 하나가 실어오는 물의 양은 소행성보다 월등히 많기 때문이다. '충돌 당 가성비'는 혜성이 압도적이다.


우주생물학적 시사점: 물이 있는 곳에 생명이 있다

이 논쟁이 단순한 지구과학적 호기심을 넘어 중요한 이유가 있다. 만약 지구가 스스로 물을 만들 수 있었다면, 다른 암석 행성들도 그럴 수 있다.

현재 외계행성 탐색에서 과학자들은 '생명 가능 지대(habitable zone)'에 있는 행성을 찾는다. 그런데 생명 가능 지대에 있더라도 물이 없으면 소용없다. 혜성이나 소행성이 물을 배달해줘야 했다면, 물 있는 행성은 운이 좋아야 했다. 하지만 암석 행성이 자체적으로 물을 합성할 수 있다면, 우주 어디서든 생명의 무대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야기는 더 풍부해진다." — Karen Meech

우리가 바다의 기원을 이해할수록, 우주에서 우리 혼자가 아닐 가능성도 함께 커진다. 지구가 스스로 물을 만들었다면, 그 레시피는 우주 어디서나 작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원문: Where Did Earth Get Its Oceans? Maybe It Made Them Itself — Robin George Andrews, Quanta Magazine (2026. 6.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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