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thropic이 규제를 요청했더니 워싱턴은 더 나아갔다
Dario Amodei가 AI 안전 규제를 공개 촉구한 지 며칠 만에, 트럼프 행정부는 Anthropic의 최신 모델 Fable 5·Mythos 5에 수출통제를 발동했다. 규제를 요청한 기업이 직접 규제의 첫 번째 타깃이 된 아이러니한 전말을 분석한다.
Anthropic이 자초한 규제의 역풍
Anthropics CEO Dario Amodei는 2026년 6월 10일, "정책과 AI 지수" 라는 제목의 에세이를 공개했다. 핵심 주장은 명확했다. "항공기처럼, 프론티어 AI 모델도 의무적인 기술 테스트와 감사를 거쳐야 하며, 안전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출시를 막거나 회수할 수 있어야 한다." 정부에게 AI 모델을 차단할 권한을 법제화하라는 공개 요청이었다.
그로부터 나흘 뒤인 6월 14일, Anthropic은 트럼프 행정부로부터 수출통제 지시를 받았다. 외국 국적자라면 Anthropic 직원이라 해도 최신 모델인 Fable 5와 Mythos 5에 접근할 수 없도록 즉시 차단하라는 명령이었다.
Anthropics 창립 이후 줄곧 AI 규제를 지지해왔던 회사가, 미국 정부가 프론티어 AI 모델 출시를 직접 제한한 역사상 첫 번째 사례의 당사자가 됐다.

규제 요청에서 규제 타깃까지: 사건의 전말
사태의 시작은 2026년 6월 9일, Fable 5 공개 출시였다. 아마존 연구진이 모델을 테스트하던 중 안전장치를 우회하는 취약점("jailbreak")을 발견했다. 이 취약점을 활용하면 사용자가 특정 코드베이스를 읽고 소프트웨어 결함을 수정하도록 AI에게 요청할 수 있었다. 아마존은 이를 사이버보안 위협으로 판단했다.
Anthropics 주요 투자자이기도 한 아마존의 CEO Andy Jassy는 마침 같은 날(6월 11일) 별개 안건으로 백악관 관계자들과 통화 중이었다. Jassy는 이 자리에서 취약점 문제를 언급했고, 백악관은 재무장관 Scott Bessent에게 직접 보고하도록 독려했다. Jassy는 당일 Bessent와도 통화했다.
이틀 뒤 상무장관 Howard Lutnick은 Anthropic에 전례 없는 수출통제를 발동했다. Fable 5 출시 나흘 만이었다.
규제 지지자가 된 첫 번째 표적
이 사건에는 깊은 아이러니가 깔려 있다. Anthropic은 OpenAI에서 분리된 2021년부터 줄곧 AI 규제 필요성을 역설해왔다. 주(州) 차원의 입법부터 연방법에 이르기까지 각종 규제 논의에서 찬성 목소리를 냈고, CEO 아모데이는 거듭 공개적으로 AI 안전 규제를 촉구했다.
정책분석가 Adam Thierer(R Street Institute)는 이를 두고 "Anthropic이 프론티어 모델에 대한 광범위한 규제의 온도를 집요하게 높여왔다"고 평했다. 메타 AI 전 수장 Yann LeCun은 직설적이었다. 아모데이의 규제 옹호론이 결국 Anthropic 자신에게 부메랑이 됐다는 것이다.
Anthropics 입장은 미묘했다. "정부는 불안전한 배포를 차단할 권한을 가져야 한다. 다만 그 과정은 투명하고, 공정하며, 명확하고, 기술적 사실에 근거해야 한다." 이번 조치가 그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사실상의 반박이었다. 회사는 이 사태를 "오해"로 규정했다.

글로벌 파장과 '주권 AI' 논의의 불씨
이번 조치는 미국 내 AI 기업 규제 논란에 그치지 않았다. 특히 유럽에서는 자국 AI 인프라를 확보해야 한다는 "주권 AI(Sovereign AI)" 논의에 기름을 부었다. 미국 정부가 언제든 외국 접근을 차단할 수 있는 AI 기술에 전략적으로 의존하는 것이 위험하다는 인식이 확산됐다.
한편, 이번 사건은 트럼프 행정부가 AI 기업에 미치는 영향력을 보여주는 두 번째 사례이기도 하다. 2026년 2월, 트럼프는 Anthropic이 AI 모델을 "어떠한 합법적 목적"에도 사용할 수 있다는 국방부 계약 조건을 거부하자, 모든 연방 기관에 Anthropic 모델 사용 중단을 명령한 바 있다. 당시 Anthropic은 자율무기 시스템이나 국내 대규모 감시에 모델이 활용되는 것에 면제 조항을 요구했었다.
앞으로: 트럼프 행정명령과 규제 공백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사태 발생 열흘 전인 6월 2일, AI 관련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기업들에게 자발적으로 출시 전 모델을 연방 정부에 제공해 역량 평가를 받도록 요청하고, 관계 부처가 60일 내에 검토 체계를 마련하도록 한 명령이었다. 구체적 내용은 빈약했고, 강제성도 없었다.
Anthropics 경영진은 이 행정명령을 "중요한 첫걸음"으로 환영했다. 하지만 행정명령 서명 이후 불과 열흘 만에, 그 어떤 공식 검토 체계도 없는 상태에서 사상 첫 AI 모델 수출통제가 집행됐다.
고위 임원들이 워싱턴을 방문해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들과 접촉했지만, 미팅이 끝난 직후에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양측 모두 "신속하게 해결하기 위해 협력 중"이라는 원론적 입장만 되풀이했다.
Anthropics 규제 지지와 정부의 규제 집행 사이의 간극은, AI 기업과 정부의 관계가 얼마나 불확실하고 빠르게 변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투명하고 예측 가능한 AI 거버넌스 체계가 없는 한, 규제를 요청한 기업이 규제의 첫 번째 타깃이 되는 역설은 언제든 반복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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