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Venice AI, 6500만 달러 시리즈 A로 유니콘 등극 — 프라이버시 우선 AI의 성장과 논란
데이터 무저장·클라이언트측 암호화로 200개 넘는 AI 모델을 제공하는 Venice AI가 시리즈 A 6500만 달러를 유치하며 기업가치 10억 달러 유니콘이 됐다. 창업 2년 만에 흑자, 연환산 매출 7000만 달러를 넘긴 이 '무검열' 플랫폼의 성장과 안전성 논란을 함께 짚는다.
프라이버시를 앞세운 AI 스타트업 하나가 조용히, 그러나 빠르게 유니콘 반열에 올랐다. 창업한 지 2년밖에 안 됐고, 외부 투자를 한 번도 받은 적 없는 회사다.
Venice AI가 7월 1일 시리즈 A로 6500만 달러(약 900억 원)를 유치하며 기업가치 10억 달러를 인정받았다고 발표했다. 이번이 첫 외부 펀딩이다. 크립토 전문 벤처캐피털 Dragonfly가 라운드를 주도했고, Coinbase Ventures와 North Island Ventures 등이 참여했다.

숫자로 보는 Venice AI
이 회사가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한 성장 스토리가 아니다. 이미 흑자를 내고 있는 회사라는 점이 다르다. CEO 에릭 부어히스(Erik Voorhees)는 TechCrunch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연환산 매출(run-rate)이 7000만 달러를 넘었다고 밝혔다.
핵심 지표를 정리하면 이렇다.
| 항목 | 수치 |
|---|---|
| 시리즈 A 규모 | 6500만 달러 |
| 기업가치 | 10억 달러 (유니콘) |
| 순방문자 | 85만 명 |
| 활성 사용자 | 300만 명 |
| 일평균 API 호출 | 170만 회 |
| 연환산 매출 | 7000만 달러 이상 |
| 제공 AI 모델 | 200개 이상 |
| 창업 후 경과 | 약 2년 |
"출시했을 때는 ChatGPT가 할 수 있는 것과 한참 멀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당히 근접했다. 그 격차를 좁히면서, 점점 더 설득력 있는 대안이 됐다." — 에릭 부어히스
투자 유치 없이도 규모를 키우고 이익을 내왔다는 점은, AI 스타트업 대부분이 막대한 손실을 감수하며 몸집을 불리는 현재 시장에서 분명 이례적이다.
데이터를 저장하지 않는다는 설계
Venice AI의 정체성은 '프라이버시'다. 이 회사는 오픈소스 기반의 '무검열(uncensored)' 모델을 자체 데이터센터에서 호스팅하고, OpenAI나 Anthropic 같은 폐쇄형 모델로 가는 요청은 외부로 라우팅한다.
작동 방식의 핵심은 이렇다.
- 모든 사용자 입력은 클라이언트 측에서 암호화·복호화된다.
- 요청은 외부 프록시를 거쳐 처리된 뒤 반환된다.
- Venice 자체 시스템에는 어떤 데이터도 저장되지 않는다.
- 일부 모델은 종단간 암호화(E2EE)를 제공하지만, 이 기능은 유료 구독자에게만 열려 있다.
부어히스는 자사 서비스를 "중립적인 도구, 중립적인 플랫폼"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비트코인 초기 옹호자로, 비트코인 도박 사이트 Satoshi Dice와 암호화폐 거래소 ShapeShift를 창업한 이력이 있다.
"이건 비트코인과 같은 원칙이다. 비트코인이라는 중립적 프로토콜이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작동하는 것처럼 말이다. 세계가 다음 단계로 진입하면서 모두가 끊임없이 감시당하는 건, 안전이라는 관점에서 오히려 상당히 위험하다고 본다."

'무검열'이라는 양날의 검
Venice AI가 내세우는 가장 큰 차별점이자 가장 큰 논쟁거리는 '검열하지 않는다'는 원칙이다. 사용자는 텍스트·이미지·오디오·영상을 생성하는 다양한 모델을 자유롭게 고를 수 있고, 각 모델은 성능뿐 아니라 적용된 검열 수준도 제각각이다. 웹사이트는 사용자가 직접 커스터마이즈해 대화할 수 있는 AI '캐릭터'들을 전면에 내세운다.
부어히스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자유를 위해 최적화하고, 사용자를 실제로 성인으로서 존중한다. 요즘 세상에 드문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Venice가 일부 오픈 모델의 시스템 프롬프트를 손봐 더 개방적으로 답하도록 지시하지만, 모델 자체에 제약을 추가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여기서 갈린다. AI 챗봇이 정신건강, 개인 안전, 괴롭힘, 허위정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우려는 실제로 존재한다. 그래서 많은 AI 개발사가 모델이 무엇을, 어떻게 응답할 수 있는지 통제하는 안전장치를 도입해 왔다. Venice의 접근은 이 흐름을 정면으로 거스른다.
개인의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한다는 명분과, 안전장치를 걷어냈을 때의 사회적 위험은 쉽게 화해하지 못한다. 프라이버시와 자유를 원하는 수요가 분명 존재하고 그 수요가 이 회사를 흑자로 이끌었다는 사실은, 규제와 안전을 둘러싼 논쟁이 앞으로 더 뜨거워질 수밖에 없음을 보여준다.
크립토와 얽힌 성장 엔진
Venice AI에는 두 개의 암호화폐 토큰이 연결돼 있다. 올해 1월 초 'VVV'라는 토큰을 출시했고, 지난해 8월에는 'DIEM'을 추가했다. 사용자는 VVV를 사서 스테이킹하면 DIEM을 발행할 수 있는데, 이 DIEM은 하루 1달러어치의 AI 크레딧을 생성해 Venice에서 사용할 수 있다.
다만 부어히스는 실제로 크립토로 결제하는 사용자는 전체의 약 8%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그는 토큰의 좋은 성과가 성장에 기여했다고 인정하면서도, 가장 강력한 성장 동력은 따로 있다고 봤다. 바로 ChatGPT와의 기능 격차를 좁힌 것이다.
한국 독자를 위한 시사점
Venice AI의 사례는 한국 개발자와 서비스 기획자에게 몇 가지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첫째, '프라이버시'가 그 자체로 비즈니스 모델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데이터를 모으지 않는다는 것을 오히려 세일즈 포인트로 삼은 회사가 흑자를 냈다는 점은, 데이터 수집을 전제로 설계하는 국내 서비스 관행에 반문을 던진다.
둘째, 앞으로 이 회사가 유치한 자금으로 GPU를 직접 사들이고 자체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려 한다는 계획도 눈여겨볼 만하다. GPU를 임대하는 대신 소유해 매출총이익률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인데, 이는 AI 인프라 비용 구조에 대한 현실적인 고민을 그대로 보여준다.
셋째, '무검열'을 둘러싼 논쟁은 남의 일이 아니다. 국내에서도 생성형 AI의 유해 콘텐츠·허위정보 문제는 규제 논의의 중심에 있다. Venice의 실험이 성공할지, 아니면 안전성 논란의 벽에 부딪힐지는 이 산업 전체의 방향을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수 있다.
우려가 수요를 꺾지는 못했다. 그러나 수요가 우려를 지워주는 것도 아니다. Venice AI의 다음 행보를 지켜봐야 하는 이유다.
여러분은 데이터를 저장하지 않는 '프라이버시 우선' AI와, 안전장치를 갖춘 '통제된' AI 중 어느 쪽에 더 끌리시나요? 이 변화, 준비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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