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룡 멸종 소행성은 '희귀 운석'이었다 — 니켈이 지목한 진짜 범인
공룡을 멸종시킨 소행성의 정체를 놓고 네 매체의 보도가 갈렸다. 니켈 동위원소가 가리킨 건 전체 운석의 5%도 안 되는 희귀한 CO 콘드라이트. 그런데 이 발견이 진짜 뒤집은 건 '무엇이 공룡을 죽였나'라는 오래된 질문이다.
6600만 년 전, 지름 10~15km짜리 돌덩이가 시속 6만 4천 km로 지구에 박혔다. 지구 생물의 75%가 사라졌다. 그런데 정작 "그 돌덩이가 무엇으로 만들어졌는가"는 수십 년 동안 빈칸으로 남아 있었다.
2026년 7월 17일, 그 빈칸이 채워졌다. 국제 연구팀이 Science Advances(Makhatadze et al., 12권 29호)에 실은 논문에서 범인의 정체를 특정했다. 단서를 쥔 건 소행성 조각이 아니라 6600만 년 된 점토 속 니켈이었다.
네 곳의 보도, 하나의 지문
같은 사건을 전한 네 매체는 출발점은 같지만 초점이 다르다.
연구를 처음 발표한 브리티시컬럼비아대(UBC)는 '방법'을 앞세운다. 연구팀은 백악기–고생대 경계(K-Pg)에 쌓인 점토의 니켈 동위원소를 고정밀 측정했고, 그 지문이 'CO 콘드라이트(Ornans급)'라는 희귀한 운석을 가리켰다. 논문 저자 필리프 클라이스 교수의 말은 이렇다. "CO 콘드라이트는 박물관 진열장에서 보는 전형적인 운석과는 전혀 다릅니다."
과학 전문매체 sci.news는 이걸 숫자로 못 박는다. 탄소질 콘드라이트는 지금까지 지구에서 채집된 운석의 단 5%, 그중에서도 CO형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대중과학지 디스커버는 같은 희귀도를 "3~5%"로 조금 다르게 적으면서, 콘드라이트가 뭔지—구슬 같은 알갱이 '콘드룰'을 품은 돌운석—부터 차근차근 풀어 준다. 매체마다 소수점은 미세하게 엇갈리지만, '전체 운석의 20분의 1도 안 되는 희귀한 손님'이라는 그림은 똑같다.
여기까지는 '희귀한 돌이 지구를 때렸다'는 이야기다. 진짜 반전은 ZME사이언스의 분석에서 나온다.

4년에 걸친 '진짜 범인' 좁히기
ZME는 이번 발견을 홀로 떨어진 뉴스가 아니라 연쇄 추리의 마지막 조각으로 읽는다.
- 2024년 루테늄 동위원소 연구가 충돌체를 '탄소질 계열, 목성 너머에서 형성'으로 좁혔다. 내태양계의 흔한 암석은 이때 용의선상에서 빠졌다.
- 2023년 기후 모델링(Nature Geoscience)은 충돌로 튀어 오른 미세 먼지가 수년간 대기에 머물며 지구를 급격히 냉각시켰다고 보였다. 범인 후보가 '황'에서 '규산염 먼지'로 옮겨 가기 시작한 지점이다.
- 2025년 Nature Communications 연구는 칙술루브가 기존 모델 추정보다 황을 약 5배 적게 방출했다고 계산했다.
- 그리고 2026년 니켈이 '탄소질'이라는 대가족을 CO형으로 다시 좁혔다.
CO 콘드라이트의 핵심 특징은 휘발성 원소가 적다는 것이다. 탄소·아연·물, 그리고 특히 황이 적다. 스페인 카라바카와 덴마크 스테운스 클린트 등 다섯 곳의 경계 점토에서 충돌 잔해가 질량의 약 5%를 차지했는데, 그 지문이 하나같이 '건조한 돌'을 가리켰다. 뒤집어 말하면, 공룡을 끝장낸 건 황이 만든 산성비·'황 겨울'이 아니라 햇빛을 가린 미세 먼지였을 가능성이 커졌다는 뜻이다.

여기서 한 걸음 물러나 보면, 이 연구의 진짜 값어치는 '희귀한 돌을 찾았다'가 아니라 대멸종 각본의 무게추를 옮겼다는 데 있다. 네 매체가 하나같이 '희귀함'과 '운 나쁨'을 앞세우지만, 정작 이 발견의 핵심 반전—범인이 황에서 먼지로 바뀌는 흐름—을 온전히 이어 붙인 건 ZME 한 곳뿐이다. 나머지 보도는 헤드라인의 '오드볼(별종) 운석'에서 멈춰 선다. 그래서 이번 결과는 단독 뉴스로 읽기보다 2024년의 루테늄, 2023·2025년의 모델링과 나란히 놓고 봐야 제 의미가 산다.
동시에 한계도 분명하다. 연구팀이 손에 쥔 건 운석 실물 조각이 아니라 경계 점토에 남은 화학 지문이고, CO형 자체가 워낙 드물어 대조할 표본이 빈약하다. ZME가 'CT형일 가능성도, 덜 확실하지만 남아 있다'고 단서를 단 이유다. 니켈 하나로 '확정'이라기보다 '가장 유력'에 가깝다는 얘기다.
한국 독자에게 이 발견이 남기는 함의는 두 가지다. 하나는 '운이 없었다'는 프레임의 이면이다. 흔한 소행성이었다면 결과가 달랐을 수도 있다는 말은, 뒤집으면 같은 크기라도 무엇으로 되어 있느냐에 따라 충돌의 파괴력이 크게 갈린다는 뜻이다. DART 같은 행성방어 실험이 '얼마나 큰가'뿐 아니라 '어떤 조성인가'까지 따져야 하는 근거가 여기 있다. 다른 하나는 '희귀=안전'이 아니라는 점이다. 6600만 년 전 그 돌은 확률적으로 극히 드문 손님이었지만, 드물다는 게 다시 오지 않는다는 보장은 아니다.
6600만 년 전 하늘을 덮은 건 황산 안개였을까, 아니면 햇빛을 삼킨 먼지였을까. 과학의 저울추는 이제 후자로 기운다. 당신은 점토 속 '니켈 지문' 하나로 공룡 멸종의 진짜 범인이 바뀌었다고 볼 수 있다고 생각하나, 아니면 결정적 증거는 아직 멀었다고 보나?
- science.ubc.cahttps://science.ubc.ca/news/2026-07/researchers-identify-class-oddball-meteorite-killed-dinosaurs
- zmescience.comhttps://www.zmescience.com/science/paleontology/what-dino-killing-asteroid-was-made-of/
- sci.newshttps://www.sci.news/space/chicxulub-c0-chondrite-14927.html
- discovermagazine.comhttps://www.discovermagazine.com/the-dinosaur-killing-asteroid-may-have-came-from-a-rare-class-of-meteorites-49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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