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쿠팡 물류센터 화재, 왜 61시간이나 — '메자닌'은 범인일까
인천 쿠팡 물류센터 화재는 61시간 만에 잡혔다. 방화셔터가 녹고 리튬배터리 로봇이 쌓여 있던 6층은, 5년 전 덕평과 같은 '메자닌' 구조였다. 노조는 구조 결함을, 업계는 '메자닌은 표준'이라 맞선다. 여섯 개 보도를 나란히 놓고 무엇이 진짜 쟁점인지 짚었다.
2026년 7월 18일 오전 6시 54분, 인천 쿠팡 32물류센터 6층에서 불이 시작됐다. 금방 잡힐 것 같던 불은 61시간을 버텼다.
같은 사건을 여섯 개 매체가 서로 다른 자리에서 지켜봤다. 속보, 소방 브리핑, 노조의 폭로, 5년 전 참사와의 대조, 업계의 반박, 그리고 산업 전반의 리스크까지. 조각을 나란히 붙여 보면, 이 화재가 던지는 질문이 조금 더 또렷해진다.

그날 새벽, 무슨 일이 있었나
불이 난 곳은 지상 8층·연면적 29만9000㎡ 규모 건물의 6층이었다. 헤럴드경제 보도에 따르면, 화재 직후 건물 안에 있던 121명이 자력으로 대피했다.
소방 대응은 빠르게 단계를 올렸다.
- 오전 9시 15분 — 대응 1단계
- 낮 12시 25분 — 대응 2단계
- 오후 3시 15분 — 국가소방동원령 발령
서울·경기·충북·충남·강원 5개 시도에서 장비 142대, 인력 386명이 투입됐다. 이 과정에서 40대 소방관 1명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져 고압산소 치료를 받았다. 그 밖의 인명피해는 확인되지 않았다.
숫자만 보면 초기 대피는 성공적이었다. 문제는 그다음, 불을 끄는 시간이었다.
왜 61시간이나 걸렸나
인천소방본부 브리핑을 전한 파이낸셜뉴스 보도에는 진화가 길어진 이유가 기술적으로 정리돼 있다. 정확히는 61시간 6분. 18일 새벽 시작된 불은 20일 저녁이 돼서야 초기 진화됐다.
가장 먼저 무너진 건 '방화구획'이었다.
강한 복사열로 방화셔터가 녹아내리는 등 방화구획이 무력화돼, 인근 구역으로의 연소 확대를 막는 데 심각한 난항을 겪었다.
여기에 구조가 겹쳤다. 3단 랙크식·메자닌 구조에 생활용품이 빼곡히 쌓여 화재 하중이 높았고, 단일 층고가 약 10m에 달해 소방용수가 가연물 심재부까지 닿지 못했다.
새로운 변수도 있었다. 4·5층에 있던 수백 대의 리튬배터리 로봇이다. 열폭주 위험 탓에 진화 방식 자체를 조심스럽게 짜야 했다. 콘크리트 파편과 60m 높이 샌드위치패널이 떨어질 수 있는 붕괴 위험까지 더해지며, 소방관들은 안으로 쉽게 진입하기 어려웠다.

5년 전 덕평, 판박이였다는 지적
세이프코리아뉴스는 이번 화재를 2021년 이천 덕평 물류센터 화재와 나란히 놓는다. 초점은 불이 난 6층의 구조다.
메자닌은 높은 층고를 활용해 중간층을 끼워 넣는 방식이다. 적재 공간이 늘어 사업자에게는 이득이지만, 화재에는 취약하다는 지적이 늘 따라붙는다.
층마다 박스 상품이 빼곡해, 스프링클러가 작동했더라도 천장의 소화용수가 상품에 가로막혔을 것이다.
이 매체는 불이 난 6층이 5년 전 덕평 참사 때 문제가 됐던 구조와 사실상 같다고 짚었다. "5년 만의 판박이"라는 표현이 나온 이유다.
'메자닌'이 문제냐, '기준'이 문제냐
그런데 여기서 시선이 갈린다. 전자신문이 전한 업계·전문가의 반론은 결이 다르다.
메자닌은 특정 기업의 편법이 아니라, 이미 국제적으로 자리 잡은 설계라는 것이다.
- 국내 — CJ대한통운, 롯데글로벌로지스, 한진 등
- 해외 — 아마존, UPS 등
대형 화재의 원인을 메자닌으로 보기는 어렵다. 화재 예방 조치를 강화하는 데 더 힘을 쏟아야 한다.
정리하면 두 갈래다. 한쪽은 구조(메자닌) 자체가 반복되는 위험의 뿌리라 보고, 다른 쪽은 구조는 표준이며 진짜 문제는 그에 맞는 안전기준의 부재라고 본다. 발화 원인은 국가화재청 등이 참여하는 합동조사팀이 조사 중이라, 어느 쪽도 아직 '확정'은 아니다.
불 끄는 사이, "출근하라"
기술과 구조 논쟁 옆에는 사람의 이야기가 있다. 한국일보가 전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쿠팡물류센터지회의 주장이다.
노조는 화재 당일 오후 늦게 회사가 인근 물류센터로 출근하라고 통보했다고 밝혔다. 로켓배송에 차질이 없게 하려는 조치였다는 것이다.
노동자 안전보다 로켓배송에 혈안이 된 대응이다.
노조는 메자닌 활용도 비용 절감을 위한 선택이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쿠팡은 "소방 활동 지원과 관계 당국 조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노조 주장에 대한 직접 반박은 담기지 않았다.
출근 통보의 경위 같은 대목은 노조 측 주장이어서, 사실관계는 조사와 추가 취재로 더 확인될 필요가 있다. 다만 '불이 아직 안 꺼졌는데 배송을 걱정한다'는 장면이 주는 위화감은, 숫자로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다.
이건 쿠팡만의 문제가 아니다
여섯 개 보도를 겹쳐 읽고 나면, 한 회사의 잘잘못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지점이 남는다.
코리아타임스는 이번 화재를 개별 사고가 아니라 산업의 패턴으로 봤다.
- 2021년 — 쿠팡 덕평센터 (약 6일)
- 2022년 — 평택 냉동창고 (19시간, 소방관 3명 순직)
- 2026년 — 인천 쿠팡센터 (61시간)
경민대 이용재 교수의 진단은 명료하다.
물류센터는 넓고 높고 개방적이라, 불이 나면 통제 자체가 본질적으로 어렵다.
여기서 세 가지를 함께 봐야 한다고 본다.
첫째, 구조와 기준의 시차다. 업계 말대로 메자닌이 표준이라면, 진짜 문제는 그 표준을 10m 층고와 고밀도 적재에 맞춰 소방 기준이 따라가지 못했다는 데 있다. '메자닌이냐 기준이냐'는 이분법보다, '표준이 된 구조에 맞는 기준의 부재'로 보는 편이 사건에 더 가깝다. 이 지점에서는 업계의 반론이 절반은 맞다. 구조를 없앨 수 없다면, 기준이 구조를 따라잡아야 하니까.
둘째, 자동화가 만든 새 화재다. 수백 대의 리튬배터리 로봇은 10년 전 창고엔 없던 화재원이다. 방화셔터와 스프링클러 중심의 기존 설계가 열폭주라는 변수를 처음부터 상정하지 못했다면, 이번이 마지막일 가능성은 낮다. 자동화·전동화가 빨라질수록 이 위험은 오히려 커진다.
셋째, 속도와 안전의 긴장이다. 불이 꺼지기도 전에 배송 차질을 걱정해야 하는 구조라면, 그 압력이 어디서 오는지도 함께 물어야 한다. 빠른 배송은 소비자가 누리는 편익이지만, 그 편익의 원가에 현장의 안전이 포함돼 있지는 않은지는 별개의 질문이다.
그래서, 무엇을 물어야 할까
발화 원인은 아직 조사 중이고, 책임 소재도 그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 다만 분명한 건 하나다. 61시간을 태운 이 불이 5년 전과 놀랄 만큼 닮아 있었다는 사실이다.
당신은 어느 쪽에 더 무게를 두는가. 되풀이되는 메자닌 구조 자체인가, 아니면 그 구조를 방치한 안전기준과 배송 경쟁인가. 다음 화재를 막을 열쇠는 과연 어느 쪽에 있을까.
- biz.heraldcorp.comhttps://biz.heraldcorp.com/article/10812391
- fnnews.comhttps://www.fnnews.com/news/202607212144301258
- hankookilbo.comhttps://www.hankookilbo.com/news/article/A2026071913280005306
- safekoreanews.co.krhttps://safekoreanews.co.kr/View.aspx?No=4154028
- etnews.comhttps://www.etnews.com/20260723000237
- koreatimes.co.krhttps://www.koreatimes.co.kr/southkorea/society/20260720/coupang-logistics-center-fire-exposes-warehouse-safety-risks
💬 댓글 0
댓글을 불러오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