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인빈곤율 39.7%, OECD 1위의 구조 — 기초연금은 답인가
한국 노인빈곤율 39.7%, 사상 첫 30%대에도 OECD 1위다. 시간당 948원 폐지 노동부터 기초연금 개편 시나리오까지, 여섯 개의 데이터·연구를 교차해 '기초연금은 답인가'를 따진다.
한국 노인 소득빈곤율이 사상 처음으로 30%대로 내려왔다. 그런데도 여전히 OECD 1위다.
개선과 최악이 한 문장에 공존하는 이 역설이 2026년 한국 노인빈곤의 현주소다. 숫자는 완만하게 좋아지고 있지만, 골목에서 폐지를 줍는 노인의 하루 벌이는 시간당 948원에 머문다. 통계의 개선 속도와 현장의 체감 사이에는 아직 큰 간극이 있다.
여섯 개의 최신 보도와 연구 자료를 교차해 읽으면, 이 문제는 네 개의 질문으로 나뉜다. 얼마나 심각한가, 왜 이렇게 됐나, 현장은 어떤가, 그리고 기초연금은 답이 될 수 있나.

얼마나 심각한가 — 숫자부터 본다
국민연금연구원이 OECD의 「한눈에 보는 연금 2025(Pensions at a Glance 2025)」를 분석한 결과, 2024년 한국 노인(66세 이상)의 소득빈곤율은 39.7%로 집계됐다(헤럴드경제). 사상 처음 30%대에 진입했지만, OECD 회원국 평균 14.8%의 약 2.7배다.
주의할 점은 기준에 따라 숫자가 갈린다는 것이다. 같은 자료에서도 국내 처분가능소득 기준으로는 35.9%로 낮아진다. 시장소득만 보면 54.9%인 빈곤율이 정부의 연금·수당 지원을 거치며 35.9%까지 떨어진다. 공적 이전이 분명히 작동한다는 뜻이지만, 그 뒤에도 셋 중 하나 이상은 빈곤선 아래에 남는다.
추세 자체는 완만한 개선이다.
| 연도 | 노인 소득빈곤율(OECD 기준) |
|---|---|
| 2015 | 49.6% |
| 2019 | 43.8% |
| 2021 | 43.4% |
| 2023 | 40.4% |
| 2024 | 39.7% |
10년 새 약 10%포인트가 내렸다. 그런데도 순위는 그대로다. 뉴스스페이스가 정리한 OECD 국가별 순위를 보면 한국은 부동의 1위이고, 2위권과의 격차도 뚜렷하다.
| 순위 | 국가 | 노인빈곤율 |
|---|---|---|
| 1 | 한국 | 39.7% |
| 2 | 에스토니아 | 37.4% |
| 3 | 라트비아 | 33.0% |
| 4 | 이탈리아 | 26.6% |
| 5 | 일본 | 25.7% |
빈곤은 노인 안에서도 고르지 않다. 여성 노인(45.0%)이 남성(32.6%)보다 높고, 75세 이상(54.0%)은 66~75세(29.8%)의 두 배에 가깝다. 나이가 들수록, 여성일수록 빈곤이 깊어진다. 초고령·여성 집단에 빈곤이 몰리는 이 모양은 뒤에서 설명할 연금제도의 성숙도와 곧바로 맞닿아 있다.
왜 이렇게 됐나 — 집은 있는데 현금이 없다
역설적이게도 한국 노인의 자산빈곤율은 5.4~17.0%로 OECD 평균(39.3%)보다 오히려 낮다(뉴스스페이스). 집이나 땅 같은 자산은 어느 정도 갖고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그 자산이 현금으로 돌지 않는다는 데 있다. 소득 기준으로는 가난하지만 자산 기준으로는 그렇지 않은, 이른바 '하우스푸어' 노인이다.
이 괴리의 뿌리는 공적연금의 미성숙이다. 국민연금은 1988년에야 시작됐고, 지금의 노인 세대 상당수는 가입 기간이 짧거나 아예 없다. 매달 들어오는 안정적 소득의 파이프라인이 얇으니, 자산을 깔고 앉은 채로도 생활비가 마른다. 초고령층일수록 빈곤율이 높은 것도 이들이 연금 제도의 바깥에 있던 세대이기 때문이다.
건강 문제는 이 구조를 더 조인다. 75세 이상의 46.2%가 만성질환을 세 개 이상 안고 있는 복합이환 상태이고(65~74세는 28.5%), 치매 유병률도 15.7%에 이른다. 소득은 얇은데 의료비 지출은 늘어나는 이중고다.
참여연대 월간복지동향은 폐지 수집 노인을 인터뷰하며 이들이 왜 거리로 나왔는지를 짚는다. 자신의 병으로 인한 과도한 의료비, 사업 실패나 사기로 인한 파산, 배우자 간병과 자녀·손주 부양이 겹쳐 노후 준비가 무너진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보고서의 결론은 분명하다.
폐지 줍는 노인에게 필요한 것은 연민이 아니라 제도적 지원책이다.
이 문제는 개인의 게으름이나 선택이 아니라, 안정적 노후소득을 보장하지 못한 제도의 공백에서 온다는 진단이다.

현장의 얼굴 — 시간당 948원
숫자 뒤의 삶은 폐지 수집에서 가장 선명하게 드러난다. 참여연대가 인용한 조사에 따르면, 폐지 수집 노인은 주당 평균 20.7시간을 일하고 하루 12.3km를 이동하지만, 시간당 소득은 948원에 그친다. 법정 최저임금의 약 10분의 1이다. 하루를 꼬박 채워도 손에 쥐는 돈은 1만 원 안팎이다.
규모도 작지 않다. 뉴스핌이 인용한 정부 실태조사에서는 전국 폐지 수집 노인이 1만4,831명, 평균 연령 78.1세, 월평균 소득 76만6천 원(기초연금 약 35만 원 포함)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90%가 기초연금을 받고 있다는 점은, 기초연금이 있어도 빈곤을 벗어나지 못하는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과거 추정치(2017년 약 6만6천 명, 2020년 약 3만1천 명)와 최근 수치(약 1만5천 명) 사이의 큰 차이는, 인원이 급감했다기보다 조사 방법이 달라진 결과로 읽는 편이 안전하다. 어느 추정을 쓰든 '보이지 않는 노동'의 규모가 상당하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장마철이 오면 사정은 더 나빠진다. 뉴스핌 보도에 따르면 비에 젖은 폐지는 무게를 제대로 쳐주지 않아, 1㎏당 40~50원이던 값이 30~40원으로 20~40% 떨어진다. 일당이 2천~8천 원까지 주저앉는다. 한 고물상 관계자의 말이 현장의 온도를 전한다.
폐지가 물에 젖어도 돈은 드린다. 아예 안 드리면 이분들은 어떻게 살겠나.
기초연금은 답인가 — 확대와 지속가능성 사이
가장 직접적인 대책으로 거론되는 것이 기초연금이다. 그러나 여기서 정책은 정면으로 충돌한다.
전 정부의 국정과제였던 '기초연금 40만 원 인상'은 현 정부에서 사실상 폐기됐다(다음/정책 보도). 2026년 기초연금은 물가상승률 2.1%만 반영해 34만9,700원으로 오르는 데 그쳤다. 이유는 재정이다. 기초연금 소요액은 2014년 5조2천억 원에서 2026년 23조1천억 원으로 불었고, 2050년에는 125조4천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전액 세금으로 메우는 구조라, 인상은 곧 미래 세대의 부담으로 넘어간다.
그렇다고 줄이기도 어렵다. 축소는 저소득 노인 복지의 후퇴를 뜻하기 때문이다. 인상도 축소도 쉽지 않은 이 교착에 대해, KDI 한국개발연구원의 김도헌·이승희 부연구위원은 「기초연금 선정방식 개편 방향」(KDI FOCUS, 2025년 2월)에서 다른 각도의 해법을 내놓는다.
핵심은 '얼마를 주느냐'가 아니라 '누구에게 주느냐'다. 현행 기초연금은 소득 하위 70%에게 지급하는데, 이 선정기준액이 2015년 기준중위소득의 50% 수준에서 2025년 93%까지 치솟았다. 사실상 노인 대다수가 받는 준(準)보편 급여가 됐다는 지적이다. 보고서는 선정기준을 기준중위소득에 고정하는 세 가지 시나리오를 추계했다.
| 시나리오 | 2070년 수급자 비율 | 누적 재정지출 |
|---|---|---|
| 현행 유지 | 약 70% | 기준 |
| 기준중위소득 100% 고정 | 약 57% | 약 10% 절감(약 195조 원) |
| 100% → 50%로 점진 축소 | 약 37% | 약 23% 절감(약 440조 원) |
자료: KDI FOCUS, 김도헌·이승희(2025). 재정 효과는 추계치.
연구진의 제언은 대상을 좁혀 아낀 재정을 정말 가난한 노인에게 몰아주자는 것이다. 나아가 기초연금과 기초생활보장제도를 통합해 '노인 대상 최저소득보장'으로 재설계하는 장기 방향까지 내놨다. 보편 확대와는 정반대로, 표적화를 통한 집중 지원이다.
선택지는 셋이다. 모두에게 더 주는 확대, 재정을 지키는 지속가능성, 가난한 이에게 몰아주는 표적화. 세 가지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답은 없다.
세 관점을 겹쳐 보면, 기초연금 하나로 노인빈곤을 풀 수 있다는 기대는 접는 편이 현실적이다. 월 35만 원을 받는 폐지 수집 노인의 90%가 여전히 빈곤선 아래에 있다는 사실이 그 한계를 증명한다. 급여를 40만 원으로 올린들 5만 원으로 메워질 격차가 아니다. 필요한 것은 연금과 일자리, 주거를 함께 묶는 복합 설계다. '자산은 있고 소득은 없는' 하우스푸어 구조에는 주택연금처럼 자산을 현금흐름으로 바꾸는 장치가 현금 지원만큼 중요하다.
재정 현실을 감안하면, 보편 확대보다 KDI가 제안한 표적 집중이 더 설득력 있어 보인다. 다만 표적화에는 함정이 있다. 대상을 좁히는 순간, 기준선 바로 위에 걸려 아무 지원도 못 받는 사각지대와, 신청 자체를 꺼리게 만드는 낙인 효과가 생긴다. KDI가 덧붙인 '기초생활보장제도와의 통합 설계'가 실은 이 논의의 진짜 관건인 이유다. 표적화가 성공하려면, 걸러내는 기술보다 빠뜨리지 않는 설계가 먼저다.
국제비교도 곱씹을 만하다. 2위 에스토니아(37.4%)나 5위 일본(25.7%)과 한국의 차이는, 따지고 보면 공적연금이 얼마나 오래 무르익었는가의 차이에 가깝다. 국민연금이 성숙하는 2030~2040년대에는 노인빈곤율이 자연히 더 내려갈 여지가 있다. 진짜 문제는 그 사이를 건너는 지금의 초고령 세대다. 미래의 연금이 튼튼해지는 것과, 오늘 시간당 948원을 버는 노인을 지키는 것은 전혀 다른 과제다.
당신이 한정된 재정의 배분을 맡는다면 어느 쪽을 택하겠는가. 모든 노인에게 조금씩 더 나눌 것인가, 아니면 가장 가난한 노인에게 집중할 것인가.
- biz.heraldcorp.comhttps://biz.heraldcorp.com/article/10803043
- newsspace.krhttps://www.newsspace.kr/news/article.html?no=11487
- kdi.re.krhttps://www.kdi.re.kr/research/focusView?pub_no=18631
- peoplepower21.orghttps://www.peoplepower21.org/welfarenow/1926402
- newspim.comhttps://www.newspim.com/news/view/20260721001036
- v.daum.nethttps://v.daum.net/v/202601100607239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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