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2-18b 외계생명 신호 재검증 — NASA 재분석이 낮춘 DMS 신뢰도
124광년 밖 외계행성 K2-18b 대기에서 잡힌 생명 신호 후보 DMS를 둘러싼 논쟁. 2025년 케임브리지팀의 3시그마 주장이 NASA JPL 재분석에서 2.7시그마로 낮아졌고, 생명 없이도 DMS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반론까지 나왔다.
124광년. 빛으로 달려도 한 세기가 넘게 걸리는 거리다. 그 끝의 작은 행성 하나가 2년째 천문학계를 붙들고 있다.
주인공은 K2-18b. 바다로 뒤덮인 '물의 세계'일지 모른다는 이 행성의 대기에서, 지구라면 생명만이 만들어내는 가스가 검출됐다는 주장이 나왔기 때문이다. 발견이라면 인류사에 남을 뉴스다. 문제는 그 '발견'이라는 단어를 아직 아무도 쓰지 못한다는 데 있다.

2025년 7월 16일, NASA 제트추진연구소(JPL) 연구진이 내놓은 재분석은 그 흥분에 브레이크를 걸었다. 신호는 여전히 거기 있다. 다만 '생명'이라 부르기엔 통계가 한참 모자랐다.
무엇을 봤나 — 물의 세계, 그리고 '해양 미생물의 가스'
K2-18b는 약 124광년 떨어진 외계행성이다. 항성 K2-18의 거주가능 영역(액체 물이 존재할 수 있는 궤도)을 돌고, 질량은 지구의 약 8.6배다. JWST 관측 결과 대기에는 물이 풍부해 — 이론상 질량의 절반까지 물일 수 있다 — 메탄과 이산화탄소도 함께 확인됐다. 액체 바다 위에 얇은 수소 대기를 덮은 이른바 '하이션(Hycean) 세계' 후보로 거론되는 이유다.
논쟁의 핵심은 DMS(디메틸황화물)라는 가스다. 지구에서 이 물질은 바다의 플랑크톤 같은 해양 미생물이 거의 전담해 만든다. 그래서 다른 행성 대기에서 DMS가 잡히면 유력한 생물 신호(biosignature) 후보로 취급된다.
이야기의 흐름은 이렇게 이어졌다.
| 시점 | 사건 | 신뢰도 |
|---|---|---|
| 2023년 | JWST가 DMS의 약한 힌트를 처음 포착 | 미미 |
| 2025년 4월 | 케임브리지 마두수단 팀, DMS 검출 주장 | 3σ (우연일 확률 0.3%) |
| 2025년 7월 | NASA JPL 재분석, 관측 4회 추가 | 2.7σ |
2025년 4월, 케임브리지대 니쿠 마두수단 팀은 3시그마(우연일 확률 0.3%) 신뢰도로 DMS를 검출했다고 발표했다. "생명의 신호이거나, 우리가 모르는 새로운 비생물 화학 과정"이라는 조심스러운 단서를 달면서. 흥미로운 건 NASA의 반응이었다. 이 정도 파급력의 연구라면 으레 보도자료가 따라붙는데, NASA는 침묵했다. 그만큼 불확실했다는 뜻이다.
왜 아직 아닌가 — 5시그마의 벽, 생명 없이도 생기는 DMS
물리학과 천문학에서 '발견'을 선언하려면 통상 5시그마가 필요하다. 우연히 그런 신호가 나올 확률이 0.00006%까지 떨어져야 비로소 인정한다는 뜻이다. 2.7시그마는 그 문턱에 한참 못 미친다.
NASA JPL의 레뉴 후(Renyu Hu)가 이끈 재분석은 마두수단 본인과 독립적인 세 팀, 그리고 새 JWST 관측 4회를 더해 베이지안 방식으로 데이터를 다시 계산했다. 결과는 약 2.7시그마. 4월의 3시그마와 큰 차이는 아니지만, 확정 기준인 5시그마와는 여전히 아득한 거리다. 물이 풍부한 대기와 메탄·이산화탄소는 그대로 재확인됐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통계가 아니라 화학이었다. DMS가 반드시 생명을 의미하지는 않을 수 있다는 것.
수소가 풍부한 대기에서는 광화학 반응만으로도 검출 가능한 수준의 DMS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사실이 모델링과 2024년 실험실 재현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DMS는 생명과 전혀 무관한 혜성과 성간 환경에서도 검출된 전례가 있다.
마두수단은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대기가 깊다면 비생물 과정으로도 DMS가 가능하지만, K2-18b처럼 얇은 대기 아래 액체 바다가 있는 하이션 세계라면 "현재로선 생명만이 유일한 설명"이라며 여지를 남겼다.

이런 롤러코스터는 처음이 아니다.
2020년 금성 대기의 포스핀 검출은 생명의 증거로 기대를 모았지만 곧 대체 설명들에 반박당했다. 1996년 화성 운석의 '화석 박테리아'는 비생물 과정으로도 같은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지적에 무너졌다.
두 사례가 남긴 교훈은 하나로 모인다. 신호 자체보다 그 신호가 놓인 맥락이 더 중요하다는 것.
무엇이 필요한가 — JWST의 한계와 다음 망원경
짚어야 할 냉정한 사실이 있다. 제임스웹 우주망원경(JWST)은 애초에 외계 생명을 확정하려고 설계된 장비가 아니다. 멀리 있는 행성 대기의 성분을 읽어내는 데는 탁월하지만, "이것이 생명이다"라고 못 박을 결정타를 날리는 도구는 아니다.
그 역할은 다음 세대에 맡겨져 있다. 2040년대 발사를 목표로 하는 거주가능세계관측소(Habitable Worlds Observatory, HWO)가 지구형 행성의 생물 신호 탐지에 최적화된 첫 망원경이 될 전망이다. K2-18b를 둘러싼 지금의 논쟁도 그때가 되면 훨씬 선명하게 판가름날 것이다.
한국의 독자 입장에서 이 사건을 지켜보는 재미는 '발견의 순간'이 아니라 '검증의 방식'에 있다. 과학은 극적인 주장이 나오면 그것을 떠받드는 대신 오히려 사방에서 두들겨 본다. 3시그마 주장이 나오자마자 독립 팀들이 데이터를 다시 돌렸고, 생명이 아니어도 같은 결과가 나올 수 있는 경로를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흥분과 신중함이 팽팽히 맞선 이 과정 자체가 사실은 과학이 스스로를 교정하는 건강한 작동 방식이다. 우리가 언젠가 진짜로 "외계 생명을 찾았다"는 소식을 믿어도 될 순간이 온다면, 그 신뢰의 근거는 바로 이런 지루하고 반복적인 재검증에서 나온다. K2-18b가 생명의 증거로 확정되든 아니든, 이 논쟁은 이미 그 자체로 값지다.
신호는 분명히 거기 있다. 하지만 그것은 아직 '생명'이 아니라 '풀어야 할 숙제'에 가깝다. 데이터는 더 필요하고, 화학적 대안은 아직 배제되지 않았으며, 결정적 도구는 20년쯤 뒤에나 온다.
당신은 어느 쪽인가. 인류 역사상 첫 외계 생명의 단서를 목격하는 중이라고 보는가, 아니면 또 한 번의 성급한 흥분을 지켜보는 중이라고 보는가?
📎 출처: 원문 보기
- astronomy.comhttps://www.astronomy.com/science/new-study-revisits-signs-of-life-on-k2-18-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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