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크리스티·소더비 2026 상반기 실적 정리 — 미술품 경매 시장은 왜 반등했나
2026년 상반기 크리스티 공개 경매 매출은 35억 달러로 71%, 소더비는 34억 달러로 59% 뛰었다. 폴록·로스코 같은 트로피 작품과 시계·클래식카 등 럭셔리 부문이 반등을 끌었다. 두 경매사 숫자를 뜯어보고 국내 미술시장에 주는 시사점까지 짚는다.
2021년 아트페어에 줄 서 보셨다면, 그 뒤 몇 년은 꽤 서늘하셨을 겁니다. 사둔 그림은 되팔 곳이 마땅치 않고, 경매에 부쳐도 유찰되기 일쑤고, "미술은 원래 길게 보는 것"이라는 말로 스스로를 달래는 시간이 길었죠.
그런데 올해 상반기 뉴욕과 런던에서 찍힌 숫자는 그 체감과 정반대입니다.

71%와 59%, 두 경매사가 동시에 튀어올랐다
크리스티의 2026년 상반기 공개 경매 매출은 35억 달러다. 지난해 같은 기간 21억 달러였으니 71% 늘었다. 소더비는 34억 달러로 59% 증가. 한 곳만 운이 좋았던 게 아니라 두 곳이 나란히 뛰었다는 점이 이번 실적의 성격을 말해준다.
| 구분 | 크리스티 | 소더비 |
|---|---|---|
| 공개 경매 매출 | 35억 달러 (+71%) | 34억 달러 (+59%) |
| 낙찰률(로트 기준) | 91% (전년 87%) | 90% |
| 프라이빗 세일 | 10억 달러 남짓 | 8억 2,600만 달러 (역대 최고) |
| 총 매출 | 45억 달러 | 44억 달러 (+58%, 사상 최고) |
낙찰률을 그냥 넘기면 곤란하다. 크리스티는 91%, 소더비는 90%다. 열 점 내놓으면 아홉 점이 팔렸다는 뜻이고, 유찰이 흔했던 몇 해 전과는 완전히 다른 그림이다. 소더비 총 매출 44억 달러는 회사 역사상 최고치다.
반등을 만든 건 결국 '몇 점'이었다
올해 최고가 컬렉션은 크리스티가 5월 뉴욕에서 진행한 출판인 S.I. 뉴하우스 컬렉션으로, 6억 3,080만 달러를 기록했다. 상위 세 점의 면면이 화려하다.
- 잭슨 폴록 〈Number 7A〉(1948) — 1억 8,120만 달러
- 콘스탄틴 브랑쿠시 〈Danaïde〉 — 1억 760만 달러 (이상 뉴하우스 컬렉션)
- 마크 로스코 〈No. 15 (Two Greens and Red Stripe)〉 — 9,840만 달러 (아그네스 건드 컬렉션)
소더비도 만만치 않았다. 5월 마키 위크에서만 9억 860만 달러를 올렸고, 그중 고(故) 로버트 므누신 딜러의 컬렉션이 1억 7,300만 달러를 담당했다. 6월 런던에서 열린 루이스 컬렉션은 4억 620만 달러로, 유럽에서 열린 인상주의·근현대미술 경매 가운데 역대 최고액이다.
20·21세기 미술은 여전히 두 회사의 본진이다. 크리스티가 23억 달러(전년 대비 79% 증가), 소더비가 19억 달러를 이 분야에서 올렸다.
시계·자동차·테킬라, 두 번째 기둥이 된 럭셔리
두 회사 모두 2위 장르는 럭셔리다. 시계부터 보석, 자동차, 핸드백, 기념품까지 전부 묶은 범주로, 크리스티만 올해 5억 3,900만 달러(15% 증가)를 기록했다.
보니 브레넌 크리스티 최고경영자의 표현이 노골적이다.
"럭셔리는 우리에게 신규 구매자, 그리고 더 젊은 구매자로 가는 확실한 관문이 돼 줬습니다."
그가 예로 든 건 사업가 짐 어세이의 아메리카나 컬렉션이다. 7월 6일 끝난 다섯 차례 경매에서 1억 520만 달러를 기록했는데, 메모라빌리아 컬렉션으로는 사상 최고 총액이다.
소더비 럭셔리 부문 글로벌 총괄 조시 풀란은 성장의 '폭'을 강조한다. 놀랄 만큼 다양한 카테고리에서 예외적인 성과가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사례를 늘어놓으면 이렇다.
- 1961년형 페라리 250 GT SWB 캘리포니아 스파이더 — 1,670만 유로 (4월 몬테카를로 RM 소더비스)
- 카르티에 투티 프루티 펜던트 목걸이 — 280만 달러 (4월 홍콩)
- 테킬라 한 병 — 3만 5,000달러, 신기록

시계 쪽 수치가 특히 가파르다. 응찰자 1인당 평균 지출이 12만 9,000달러로, 1년 만에 약 60% 올랐다. 풀란은 이유를 구매자 구성 변화에서 찾는다. 소더비 시계 응찰자의 약 3분의 1이 밀레니얼과 Z세대이고, 금융·테크에서 자산을 축적한 층이 유입됐다. 선호도 갈린다. F.P. 주른, 시몽 브레트, 레제프 레제피 같은 독립 시계 제작자 쪽으로 수요가 쏠린다. 브랜드보다 장인성과 희소성을 본다는 신호다.
추정가를 낮춰 부른 쪽이 이겼다
이번 실적에서 가장 실무적인 교훈은 가격표를 어떻게 붙이느냐에 있다.
브레넌은 보수적인 추정가가 통했다고 말한다. 5월 뉴욕에 나온 모네의 〈Pommiers, Vétheuil〉(1878)은 추정가 600만~800만 달러로 시작해 1,960만 달러에 낙찰됐다. 두 배 반이다. 반대 경우도 분명했다.
"추정가를 밀어올린 곳에서는 응찰이 얇았습니다."
경쟁 자체는 뜨거워졌다. 소더비는 로트당 평균 응찰자 4.9명으로 자체 기록을 세웠고, 크리스티는 차순위 응찰이 69% 늘었다고 밝혔다. 낙찰가 바로 밑에서 손을 든 사람이 그만큼 많았다는 뜻이다.
응찰자의 얼굴도 바뀌었다. 크리스티 신규 고객의 47%가 밀레니얼·Z세대이고, 올해 응찰의 85%가 온라인에서 들어왔다. 브레넌은 온라인이 신규 구매자가 큰 라이브 경매로 넘어오기 전 회사를 알아가는 자리 역할을 한다고 설명한다.
경매사가 은행처럼 굴기 시작했다
이번 실적 발표에서 조용히 지나가기 쉬운 대목이 금융이다.
소더비는 1월에 9억 달러 규모 증권화를 마쳤다. 공식 명칭은 '소더비 ArtFi 마스터 트러스트 시리즈 2026-1'이고, 청약이 크게 초과됐다. 이번엔 처음으로 미술품뿐 아니라 수집용 자동차를 담보로 한 대출까지 포함됐다. 소더비 파이낸셜 공동대표 론 엘리멜레크는 투자자 수요가 대출 포트폴리오의 질과 자사 심사 역량에 대한 신뢰를 보여주며, 미술품 담보 대출의 제도권 편입이 계속되고 있음을 나타낸다고 했다. 4월에는 8억 2,500만 달러 채권을 발행해 기존 부채를 리파이낸싱하고 조달 비용을 낮췄다.
크리스티는 5년 전 아트 파이낸싱 부서를 만들었다. 고객들은 미술품은 물론 자동차, 핸드백, 시계, 와인을 담보로 돈을 빌린다. 브레넌이 짚은 지점이 흥미롭다. 대출 수요가 가장 큰 쪽은 신규 고객이고, 이들은 자본이 급해서가 아니라 컬렉션에 묶인 유동성을 활용하려고 빌린다. 그리고 그 돈은 상당 부분 다시 미술품으로 들어간다.
두 회사 모두 비상장이라 이익은 공개하지 않는다. 브레넌은 이번 실적이 수익성 있게, 절제된 자본 운용으로 달성됐다고만 밝혔다. 고액 위탁 건에서는 위탁자 수수료를 면제해 주는 협상이 흔하다는 점도 함께 언급됐다.
여기서 한 발 물러서서 볼 필요가 있다. 이 71%라는 숫자는 '미술시장이 회복됐다'가 아니라 '팔 만한 물건이 나왔다'에 가깝다. 뉴하우스·므누신·루이스처럼 대형 컬렉션이 한 해에 몰려 나온 것이 통계의 상당 부분을 만들었고, 폴록 한 점이 1억 8,000만 달러를 채우는 구조에서는 중저가 작품을 든 컬렉터의 체감과 지표가 갈릴 수밖에 없다. 낙찰률 90%도 마찬가지다. 값이 올라서가 아니라 '팔릴 값'에 추정가를 낮춰 내놓은 결과라는 걸 모네 사례가 오히려 증명한다.
국내로 시선을 옮기면 온도차가 더 선명하다. 서울옥션과 케이옥션이 이끄는 국내 경매 시장은 2022년 1조 원 안팎까지 부풀었다가 이후 뚜렷하게 쪼그라들었고, 프리즈 서울이 열려도 그 열기가 낙찰 데이터로 바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뉴욕·런던의 반등이 서울로 자동 전이되지 않는 이유는 단순하다. 한국에는 뉴하우스급 컬렉션이 시장에 나올 만한 축적된 물량 자체가 아직 얇다. 국내 컬렉터가 이번 실적에서 가져갈 건 '지금 사야 한다'가 아니라 두 가지 관찰이다. 하나, 젊은 구매자는 그림이 아니라 시계·자동차·아트토이 같은 럭셔리 쪽 문으로 들어온다는 것. 국내에서도 리셀 플랫폼과 아트토이를 거쳐 미술로 넘어오는 동선을 무시하기 어렵다. 둘, 미술품 담보 대출이 제도권으로 들어오는 흐름은 조각투자와 아트테크가 이미 한 차례 홍역을 치른 국내 환경에서 더 신중하게 봐야 한다. 담보로 잡힌 자산이 팔리지 않을 때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는, 우리가 부동산에서 충분히 배웠다.
그래서 남는 것
정리하면 이렇다. 두 경매사의 상반기 반등은 실체가 있지만, 그 동력은 최상위 트로피 작품 몇 점과 럭셔리·온라인으로 유입된 젊은 구매자층이라는 두 축에 집중돼 있다. 그리고 경매사들은 이제 물건을 파는 회사에서 자산을 담보로 돈을 굴리는 회사 쪽으로 한 걸음씩 이동하는 중이다.
브레넌조차 3~4개월 앞을 내다보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2025년 하반기의 강세를 보고 올해 물건을 내놓은 자발적 매도자가 많았고, 그 흐름이 이어질 것 같다는 정도가 그가 말할 수 있는 전부였다.
여러분은 어느 쪽으로 보시나요. 미술시장이 바닥을 찍고 올라오는 신호일까요, 아니면 대형 컬렉션이 우연히 겹친 한 해일까요. 그리고 시계나 아트토이로 수집을 시작한 분이 있다면, 그 다음 단계로 미술품을 진지하게 고민해 본 적 있는지 궁금합니다.
📎 출처: 원문 보기
- theartnewspaper.comhttps://www.theartnewspaper.com/2026/07/15/trophy-lots-and-luxury-goods-fuel-rebound-for-christies-and-sothebys-2026-half-year-resul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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