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헤이즈타운 실황영화, 브로드웨이 흥행 신기록 — 해밀턴 넘은 1020만 달러
브로드웨이 뮤지컬 헤이즈타운(Hadestown)의 실황영화가 개봉 첫 주말 1,949개 상영관에서 1020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해밀턴'이 세운 라이브 캡처 흥행 기록을 넘어섰다. 런던에서 찍은 단 세 번의 공연, 반나절 만에 뒤집힌 집계, 그리고 국내 개봉 가능성까지 짚었다.
솔직히 고백하면, 무대 실황을 극장에 거는 기획을 오래 의심했다. 객석의 공기와 배우의 숨소리가 절반을 차지하는 장르를 스크린으로 옮기면 대체 뭐가 남을까 싶었다.
지난 주말 북미 극장가 성적표를 보고 그 의심을 접었다.

반나절 만에 뒤집힌 예측
개봉 첫 주말 성적은 1,949개 상영관에서 1020만 달러(Deadline 집계). 지난해 9월 '해밀턴' 실황영화가 세운 1010만 달러를 넘어섰다. 역대 브로드웨이 라이브 캡처 영화 중 1위 기록이다.
숫자가 확정되는 과정도 볼만했다. 원문 기사가 처음 나간 건 오전 9시 11분, 그때 적힌 숫자는 970만 달러였다. 오후 1시 9분에 갱신된 집계에서야 1020만 달러로 올라섰다. 기록 경신 여부가 반나절 동안 미정이었다는 뜻이다.
사전 예측치는 969만 달러였다. 예측과 실제 사이의 50만 달러를 만든 건 입소문과 재관람이다. 한 번 본 관객이 다시 표를 끊는 패턴은 뮤지컬 팬덤에선 익숙한 풍경이지만, 극장 개봉작에서 흔한 그림은 아니다.
수요가 몰리면서 상영관이 추가되고 있다. 제작진은 이 영화가 극장에 "무기한(indefinitely)" 남을 것으로 보고 있다.
런던에서의 세 번, 그게 전부였다
'헤이즈타운: 더 뮤지컬(Hadestown: The Musical)'은 2025년 런던 리릭 시어터 한정 공연을 촬영한 결과물이다. 오리지널 브로드웨이 캐스트가 그 무대를 위해 돌아왔고, 카메라가 담은 건 단 세 번의 공연이다.
오르페우스는 리브 카니, 헤르메스는 앙드레 드 실즈, 페르세포네는 앰버 그레이, 에우리디케는 에바 노블자다, 하데스는 패트릭 페이지가 맡았다. 드 실즈의 헤르메스는 토니상을 안긴 바로 그 연기다. 웨스트엔드 캐스트도 그대로 담겼는데, 운명의 세 여신(Fates) 역의 벨라 브라운·매들린 샤를마뉴·앨리 대니얼을 비롯해 일꾼(Workers)과 스윙 배우들까지 화면에 남았다.
촬영은 스팀 모션 앤 사운드의 브렛 설리번 감독이 맡았고, 연출은 원작 무대를 만든 레이철 차브킨이 그대로 참여했다. 6월 8일 트라이베카 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됐고, 북미 극장 개봉일은 7월 24일이었다.
프로듀서 마라 아이작스의 코멘트가 이 작업의 성격을 잘 짚는다.
"설리번이 이끈 스팀 모션 앤 사운드 팀과, 헤이즈타운의 창작 심장인 레이철 차브킨의 드문 협업이 만든 결과물이다. 선택 하나하나에 그만큼의 의도와 정성이 들어갔다."
'해밀턴 기록'을 넘었다는 것의 무게

이 기록에서 눈여겨볼 지점은 1위와 2위가 모두 같은 장르라는 사실이다. 무대 실황을 극장에 거는 방식이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반복 가능한 사업 모델로 굳어지고 있다는 신호에 가깝다.
배급을 맡은 곳은 블리커 스트리트의 이벤트 시네마 부문인 크로스워크와 LD 엔터테인먼트다. 두 회사는 북미와 영어권 전 지역 판권을 확보했고, 이번 작품을 앞으로 이어갈 브로드웨이 라이브 캡처 시리즈의 첫 편으로 잡아뒀다.
시리즈의 1번 타자가 곧바로 장르 최고 기록을 세웠다. 다음 작품들의 제작비 규모와 개봉 방식을 정할 근거가 생긴 셈이다.
7년째 공연 중인 작품의 저력
헤이즈타운은 브로드웨이 월터 커 시어터에서 7년째, 웨스트엔드에서 3년째 공연 중이다. 런던 복귀는 2018년 내셔널 시어터 공연 이후 5년 만이었다. 북미 투어는 2024년에 3년간의 대륙 횡단 일정을 마쳤다.
작품은 싱어송라이터 아나이스 미첼이 대본과 음악을 썼다.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 신화 위에 하데스와 페르세포네의 이야기를 겹쳐, 신과 인간이 내린 선택이 어떤 결과로 되돌아오는지를 따라간다. 포크와 재즈가 깔린 이 음악극은 원래 미첼이 혼자 무대에 서던 콘서트 형식에서 출발했다.
2019년 토니상에서는 작품상과 연출상을 포함해 8개 부문을 가져갔다.
| 부문 | 수상자 |
|---|---|
| 작품상 | 헤이즈타운 |
| 연출상 | 레이철 차브킨 |
| 남우조연상 | 앙드레 드 실즈 |
| 음악상 | 아나이스 미첼 |
| 무대디자인상 | 레이철 하우크 |
| 조명디자인상 | 브래들리 킹 |
| 음향디자인상 | 제시카 파즈, 네빈 스타인버그 |
| 편곡상 | 마이클 코니, 토드 시카푸스 |
수상 목록에서 기술 부문이 고르게 포함된 점이 중요하다. 무대의 완성도가 특정 배우나 한 곡에 기대지 않았다는 뜻이고, 이런 작품일수록 영상화에서 손해를 덜 본다.
한국 관객에게도 아주 먼 얘기는 아니다. 헤이즈타운은 이미 한국 무대에 오른 적이 있다. 시드니, 멜버른, 암스테르담과 나란히 한국이 이 작품이 거쳐 간 지역으로 기록돼 있다. 무대를 직접 본 관객층이 국내에 이미 존재한다는 뜻이고, 실황영화의 1차 수요는 대개 그 지점에서 나온다.
다만 국내 개봉이 자동으로 따라오지는 않는다. 크로스워크와 LD가 쥔 판권은 북미와 영어권 지역까지다. 한국은 그 바깥이라 별도 계약이 필요하고, 북미 성적이 좋을수록 협상 조건은 오히려 까다로워진다. 기다리면 곧 걸릴 것이라고 낙관하기는 이르다.
숫자를 냉정하게 볼 필요도 있다. 1020만 달러는 상업 영화 전체를 놓고 보면 큰 흥행이 아니다. 어디까지나 장르 내부의 1위이고, 상영관 1,949개는 와이드 릴리스 기준으로 넉넉한 규모도 아니다. 그럼에도 이 기록이 의미 있는 건, 공연 실황이 '팬 서비스용 특별 상영'이라는 자리에서 벗어나 정규 편성으로 계산될 여지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공연 실황 상영은 오랫동안 소수 취향의 영역으로 여겨져 왔는데, 재관람이 흥행을 밀어 올린 이번 사례는 그 계산을 다시 해볼 근거가 된다.
그래서, 무대는 스크린에서 살아남았나
무대를 스크린으로 옮기는 일은 여전히 뭔가를 잃는 작업이다. 객석의 공기는 카메라에 담기지 않는다. 그런데 이번 주말의 숫자는, 남는 것도 생각보다 많다는 걸 보여줬다.
관객이 같은 표를 두 번 끊었다는 사실이 특히 그렇다. 처음 한 번은 호기심으로 설명되지만, 두 번째는 아니다.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무대에서 본 작품을 스크린으로 다시 볼 의향이 있으신지, 혹은 공연 실황 상영을 극장에서 경험해 본 적 있으신 분들의 얘기가 궁금합니다.
📎 출처: 원문 보기
- playbill.comhttps://playbill.com/article/hadestown-stage-film-nearly-surpasses-all-time-record-for-highest-grossing-broadway-capture-fil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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