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프(HOPE) 후기 — 나홍진 크리처 액션, 압도적 초반과 호불호 결말
곡성의 나홍진 감독이 오랜만에 돌아왔다. 신작 호프(HOPE)를 극장에서 봤다. 황정민·조인성·정호연이 이끄는 156분 시골 크리처 액션, 압도적인 초반과 호불호가 갈리는 VFX·결말까지 솔직하게 남긴 관람 후기.
극장이 완전히 어두워지고 스크린만 남았을 때, 이 영화가 뭘 하려는지 감이 왔다. 첫 30분은 숨을 제대로 못 쉬었다.
곡성 이후 오랜만에 돌아온 나홍진의 신작 호프(HOPE)는 그런 영화다. 시작은 조용하다. 노인들만 남은 시골 마을 호포항, 파출소장 범석(황정민)은 큰 사건 한 번 없던 동네에서 늘 겁부터 먹는 인물이다. 그런 그의 일상 위로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언가가 산에서 내려온다.
말이 좋아 '크리처물'이지, 한국 영화에서 이 규모의 시골 괴수극은 사실상 처음이다. 조인성은 마을 청년이자 사냥꾼 대장 성기로, 정호연은 순경 성애로 극을 받친다. 세 배우의 균형이 좋았다. 특히 황정민은 영웅이 아니라 자꾸 도망치고 싶어 하는 사람을 연기하는데, 그 찌질함이 오히려 현실적이라 더 몰입됐다.

압도적인 초반, 그리고 물음표
괴물이 처음 모습을 드러내는 초반 장면은 솔직히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 견줘도 밀리지 않는다. 산과 마을을 훑는 카메라의 스케일, 극장을 짓누르는 사운드. 제작비가 소문으로 500억 원이라던데, 그 돈이 화면 어디에 쓰였는지 초반엔 분명히 보인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감독은 정체를 숨겨 공포를 키우다가, 어느 순간 대낮에 괴물을 통째로 드러낸다. 그 결정 이후로 긴장이 눈에 띄게 빠진다. 무서워야 할 대상이 자꾸 눈에 익으면서, 후반부 몇몇 장면은 무섭다기보다 낯설게 우스꽝스러웠다. 여기에 나홍진 특유의 어둡고 칙칙한 색감이 겹치니 "지금 화면에서 뭐가 벌어지는 거지" 싶은 순간도 있었다. VFX를 두고 평이 크게 갈리는 이유가 여기 있다.
156분이라는 러닝타임도 만만치 않다. 이야기는 괴물보다 오히려 인간들 사이의 오해와 갈등으로 번지고, 결국 예상보다 훨씬 큰 스케일로 튀어 오른다. 그 확장을 반기는 사람과 "굳이 여기까지?" 하는 사람으로 반응이 정확히 갈린다. 나는 전자에 가까웠지만, 옆자리 관객은 후자였던 것 같다. 극장을 나설 때 표정이 그랬다.

그래도 극장에서 볼 이유
이렇게 흠을 늘어놨는데도, 이 영화는 극장에서 볼 값을 한다. 완성도가 고른 웰메이드는 아니다. 대신 요즘 한국 영화에서 이만큼 겁 없이 크게 지르는 작품이 드물다.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된 것도 결국 그 야심 덕이었을 것이다. 안전한 선택이 아니라 큰 도박을 건 영화라, 도박인 만큼 반은 아프고 반은 짜릿하다.
흥행 성적이 그 애매한 매력을 대신 설명해 준다. 개봉 첫날 약 33만 명, 사흘 만에 100만, 닷새 만에 200만을 넘겼다. 평이 이렇게 갈리는데도 사람들이 계속 극장을 찾는다는 건, 결국 "직접 보고 판단하고 싶은" 영화라는 뜻이다.
정리하자면 이렇다. 빈틈 없는 명작을 기대하고 가면 실망할 확률이 높다. 대신 큰 화면과 큰 소리, 끝까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이야기를 감수할 각오가 있다면 후회는 없을 거다. VFX에 관대한 편이라면 체감 별점이 한 칸 올라가고, 거기에 예민한 편이라면 한 칸 내려간다. 딱 그런 영화다.
여러분은 어느 쪽이실지 궁금하다. 호프의 결말, 나홍진이 건 그 큰 베팅을 반기는 편인지 아니면 과했다고 보는지 — 이미 보신 분들의 이야기를 댓글에서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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