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이로이트 AI 오페라 정리 — 150주년 링 사이클에 쏟아진 30초 야유의 이유
바그너 축제 150주년 무대를 AI가 만들었다. 과거 15개 프로덕션 이미지 1,000장을 학습해 20×60미터 스크린에 실시간으로 그림을 띄웠지만, 막이 내리자 17분 기립박수와 30초 야유가 함께 나왔다. 관객이 문제 삼은 건 그림이 아니라 드라마였다.
1876년, 리하르트 바그너는 자기 오페라만을 위한 극장을 짓고 그곳에서 '니벨룽의 반지' 4부작을 초연했다. 150년이 지난 2026년 여름, 같은 무대에 이미지를 띄운 것은 연출가가 아니라 AI였다.
8월 5일 '신들의 황혼'이 끝나자 객석은 17분간 기립박수를 보냈다. 그리고 제작진이 인사하러 나오는 순간, 30초 남짓 야유와 휘파람이 쏟아졌다.
같은 밤에 나온 두 소리다.

150을 2진수로 쓰면 10010110
프로덕션 이름은 「10010110」. 숫자 150을 이진수로 옮긴 것이다. 부제는 "From Myth to Code", 신화에서 코드로.
기획을 처음 꺼낸 사람은 축제 총감독 카타리나 바그너다. 작곡가의 증손녀이고, 제안 시점은 2023년 2월이었다. 큐레이터는 도르트문트 연극·디지털성 아카데미 원장 마르쿠스 로베스가 맡았다. 닐스 코르테와 개념을 짰고, 드라마투르기는 안드리 하르트마이어가 맡았다. 지휘대에는 크리스티안 틸레만이 섰다.
AI가 학습한 것은 바이로이트 자신이었다
이 프로젝트에서 가장 영리한 대목이 여기다.
학습 데이터는 인터넷 전체가 아니었다. 바이로이트가 150년간 올린 15개 링 프로덕션의 이미지 약 1,000장, 그리고 1876년 초연 당시의 무대 스케치였다. 브뤼크너 형제와 요제프 호프만이 그린 그림들이다.
각 막은 1876년의 이미지에서 출발한다. 그 뒤로는 대본과 음악을 따라 화면이 바뀐다. 제작진이 기계에 던진 질문은 이런 식이었다.
그해 여름 바이로이트 객석에 앉았던 사람들은, 무엇을 가장 중요한 정치적 사건이라고 여겼을까
축제의 역사를 축제 자신에게 되묻는 구조다. 재료가 남의 것이 아니라 자기 것이었다는 점에서, 요즘 흔한 AI 아트 논란과는 출발선이 다르다.
20×60미터 스크린 두 개, 250개 장면
무대에 들어간 물량은 이렇다.
- AI 모델 약 12종을 조합, 기반은 Stable Diffusion
- NVIDIA RTX 5090을 얹은 맞춤 타워 PC 2대
- 20×60미터 스크린 2개
- 나흘에 걸쳐 총 14시간 30분, 장면 수 약 250개(장면당 2~6분)
성악가들은 대부분 움직이지 않고 서 있었다. 검은 배경 위에서 와이어 메시로 짠 조류 의상이 조명을 받아 금색과 빨강으로 색을 바꿨다.

헤르츨과 히틀러가 무대에 떴다
AI가 고른 이미지 몇 개는 그 자체로 논쟁이 됐다.
- '라인의 황금'에는 테오도어 헤르츨
- '발퀴레'에는 아돌프 히틀러
- '지크프리트'에는 "Sorry, no gas today"라고 적힌 표지판. 1973년 오일쇼크다
바이로이트와 나치의 관계를 아는 사람이라면 두 번째 이미지가 특히 무겁게 다가왔을 것이다. 어떤 순간에는 화면이 거대한 에치 어 스케치처럼 뭉개지면서 마크 로스코나 빌럼 더 쿠닝의 화면을 닮은 형태로 흘러갔다.
17분 박수, 30초 야유
관객이 걸고넘어진 지점은 분명했다. 소프트웨어가 이미지를 이어 붙일 수는 있어도, 드라마를 만들지는 못한다는 것.
제작진의 답은 이랬다.
"실험이지 무대연출이 아니라고 늘 말해왔다" — 마르쿠스 로베스
"'이게 뭐지' 하는 자극이 아니라 '오, 흥미롭네' 하는 자극을 안고 돌아가시길 바랐다" — 안드리 하르트마이어
로베스는 선례도 들었다. 1976년 100주년 때 파트리스 셰로가 연출한 링도 초연에서 야유를 받았지만, 1980년 마지막 공연에서는 45분간 박수가 이어졌다는 것이다.
그런데 셰로 이야기는 절반만 맞는 비유다. 1976년 관객이 화를 낸 대상은 '해석'이었다. 셰로는 신화를 산업혁명기 권력의 우화로 읽었고, 사람들은 그 독법에 반대했다가 결국 설득당했다. 이번에 문제가 된 건 해석의 방향이 아니라 해석하는 주체가 있느냐다. 반대할 대상이 없으면 설득당할 일도 없다.
기술 쪽에서 보면 AI가 놓친 건 그림이 아니라 시간이었다. 링은 14시간 반에 걸쳐 긴장을 쌓았다가 무너뜨리는 거대한 구조물이다. 그런데 이 시스템은 2~6분짜리 장면 단위로 이미지를 골랐다. 잘 뽑은 장면 250개를 이어 붙인다고 하나의 드라마가 되지는 않는다. 부분의 합이 전체가 되지 못하는 문제는, 생성형 AI가 긴 서사를 다룰 때마다 반복해서 부딪히는 벽이기도 하다. 덧붙이면 잘 언급되지 않는 배경이 하나 있다. 이 AI 링은 2년 전 예산 삭감으로 오페라 네 편이 취소된 자리를 메운 기획이다. 링을 두 사이클 더 올리는 편이 새 프로덕션 네 개를 만드는 것보다 쌌다. 혁신의 얼굴을 하고 있지만 그 아래에는 비용 압력이 깔려 있었다는 뜻이다. 리허설도 소그룹으로 나흘간 아홉 시간, 전체가 함께 맞춰 본 것은 단 한 번이었다.
그럼에도 이 실험을 헛수고라고 부르긴 어렵다. 150년 치 자기 기록을 재료 삼아 "우리는 그때 무엇을 두려워했는가"를 되묻는 발상은, 오페라가 좀처럼 던지지 않던 질문이다. 다만 그 질문을 무대 위에서 끝까지 끌고 갈 사람이 없었을 뿐이다.
여러분은 어떻게 보시나요. AI는 무대 미술처럼 도구로 쓰일 때만 제 몫을 할까요, 아니면 언젠가 연출까지 맡는 날이 올까요?
📎 출처: 원문 보기
- washingtontimes.comhttps://www.washingtontimes.com/news/2026/aug/4/ai-driven-ring-cycle-sparks-boos-150th-anniversary-wagner-festival/
- abcnews.comhttps://abcnews.com/Entertainment/wireStory/ai-driven-ring-cycle-sparks-boos-150th-anniversary-135350326
- hankyung.comhttps://www.hankyung.com/article/2026080446511
- bayreuther-festspiele.dehttps://www.bayreuther-festspiele.d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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