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FA 영구화학물질 33만 톤 — 프레온 대체 냉매가 오염원이 된 이유
랭커스터대 연구진이 2000~2022년 대기에서 지표로 내려온 TFA(트리플루오로아세트산)를 33만 5500톤으로 추산했다. 오존층을 지키려 도입한 프레온 대체 냉매가 분해되며 생긴 영구화학물질로, 북극 빙하코어와 빗물, 사람 혈액에서까지 검출되고 있다.
2000년부터 2022년까지 대기에서 지표로 내려앉은 TFA가 33만 5500톤. 영국 랭커스터대 연구진이 내놓은 추산치다.
TFA(트리플루오로아세트산)는 자연에서 거의 분해되지 않는 PFAS 계열, 이른바 '영구화학물질'이다. 그런데 이 33만 톤의 최대 공급원이 오존층을 구하려고 도입한 프레온(CFC) 대체 물질이라는 게 이번 연구의 결론이다.
하나의 환경 문제를 푼 해법이, 다음 환경 문제의 주범 자리에 앉았다.

33만 톤은 어떻게 계산됐나
연구진이 쓴 도구는 '화학수송 모델'이다. 물질이 대기 중에서 어떻게 이동하고, 무엇과 반응하고, 언제 지표로 떨어지는지를 추적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실제 기상 패턴까지 넣었다.
계산 대상은 세 갈래였다. 냉장·에어컨에 쓰인 수소염화불화탄소(HCFC)와 수소불화탄소(HFC), 그리고 흡입마취제. 이들이 대기에서 부서질 때 나오는 TFA 양을 뽑았다.
모델은 검증을 거쳤다. 세계 각지의 빗물 측정값, 그리고 북극 빙하코어에 실제로 박혀 있던 TFA 농도와 대조했다. 숫자가 맞아떨어졌다.
문제는 이 그래프가 아직 정점을 지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F-가스는 몬트리올 의정서와 키갈리 개정서에 따라 단계적으로 퇴출되는 중인데도, 대기 중 농도는 여전히 오르고 있다. 이미 배출된 물질의 대기 수명이 수십 년이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연간 TFA 생성량이 2025년에서 2100년 사이 어딘가에서 정점을 찍을 것으로 봤다. 75년짜리 오차 범위 자체가, 우리가 이 물질을 얼마나 모르는지 보여준다.
결정적 증거는 북극에서 나왔다
북극에는 냉매 공장도, 대도시 에어컨 실외기도 없다. 그런데 북극 빙하코어의 TFA 농도는 계속 올라가고 있었다.
이번 모델링의 답은 명확했다. 북극에서 검출된 TFA의 거의 전부가 프레온 대체 물질에서 왔다는 것. 연구를 이끈 랭커스터대 박사과정 루시 하트는 이를 두고 "이 침적물이 사실상 전부 이 가스들로 설명된다는 첫 결정적 증거"라고 표현했다.
대체 냉매는 수명이 길다. 길다는 건 그동안 지구를 한 바퀴 돈다는 뜻이다. 배출 지점에서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극지방까지 날아가 거기서 분해되고, TFA가 되어 눈과 얼음에 갇힌다. 배출한 나라와 오염되는 땅이 일치하지 않는다.

다음 주자는 자동차 에어컨이다
연구진이 앞으로의 변수로 지목한 건 HFO-1234yf다. 자동차 에어컨에 널리 쓰이는 냉매이고, HFC를 대체할 '기후 친화적' 대안으로 팔려온 물질이다.
공동저자인 라이언 호사이니 교수의 평가는 냉정하다. HFO 계열 상당수가 TFA를 만드는 것으로 이미 알려져 있고, 유럽을 비롯한 각지에서 차량 냉방용 사용이 늘고 있다는 것. 온실효과 지표에서 점수를 딴 대신, 분해 산물 쪽 계산서는 아직 청구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같은 패턴이 세 번째 반복되는 중이다. CFC는 오존을 깎아서 퇴출됐고, 그 자리를 메운 HCFC·HFC는 온실효과와 TFA로 문제가 됐다. 그 대안인 HFO는 다시 TFA를 만든다.
"아직 안전하다"와 "곧 위험하다" 사이
TFA의 독성은 결론이 나지 않았다. 지금까지 확인된 건 이 정도다.
- 유럽화학물질청(ECHA)은 TFA를 수생생물에 유해한 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 사람의 혈액과 소변에서 검출된다.
- 독일 연방화학물질청은 최근 TFA를 생식독성 의심 물질로 분류하자고 제안했다.
- 반면 일부 기관은 현재 환경 중 농도가 인체 유해 기준 아래라는 입장을 유지한다.
양쪽 다 틀린 말은 아니다. 다만 '지금 농도가 낮다'는 진술과 '계속 쌓인다'는 진술은 충돌하지 않는다. 그리고 후자가 더 중요한 변수다. 한번 환경에 들어간 TFA는 사실상 회수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TFA를 지구 위험 한계선(planetary boundary) 후보로 다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 있다.
랭커스터 환경센터장 크리스 홀솔 교수는 인식의 틀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TFA는 일부 불소계 농약의 분해 산물 정도로 취급됐지만, 실제로는 냉매·용제·의약품·PFAS 전반이라는 훨씬 넓은 유기불소 화합물군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여기서 이 연구가 한국 독자에게 던지는 질문은 조금 다른 각도에 있다. 이번 계산은 어디까지나 '대기 분해 경로'만 잡은 수치다. 농약이나 의약품에서 직접 나오는 몫, 산업 폐수로 곧장 흘러드는 몫은 33만 톤 바깥에 있다. 총량은 이보다 크면 컸지 작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냉매 문제는 우리에게 남 얘기가 아니다. 한국은 완성차 생산국이고, 여름 냉방 수요는 폭염이 길어질수록 늘어난다. 유럽 규제를 따라 신차 냉매가 HFO 계열로 넘어간 흐름도 이미 진행형이다. 기후 대응으로 에어컨과 히트펌프를 더 깔수록 TFA 공급원도 같이 늘어나는 구조라면, 이건 환경부 소관이 아니라 산업정책과 함께 봐야 하는 문제가 된다.
가장 현실적인 공백은 측정이다. 연구진이 반복해서 요구한 것도 규제가 아니라 모니터링이었다. 국내 먹는물 관리 항목에서 TFA라는 이름을 찾기는 어렵다. 측정하지 않는 물질은 기준을 만들 수도, 늘어나는지 줄어드는지 판단할 수도 없다. 규제 논쟁은 그 다음 순서다.
정리하면
프레온 대체 물질이 22년간 33만 5500톤의 영구화학물질을 지표에 뿌렸고, 그 흔적이 북극 빙하와 사람 혈액에서 확인됐다. 배출을 지금 멈춰도 대기에 남은 물질 때문에 TFA는 수십 년 더 늘어난다.
그리고 이 문제의 본질은 냉매가 아니라 대체재를 승인하는 방식이다. 오존 파괴력만 보고 골랐더니 온실가스가 됐고, 온실효과만 보고 골랐더니 영구화학물질이 됐다. 다음 대체재를 고를 때는 분해 산물까지 계산서에 넣어야 한다.
여러분은 어떻게 보시나요? 아직 독성 결론이 안 난 물질에 미리 규제를 거는 게 맞을까요, 아니면 근거가 쌓일 때까지 기다리는 게 맞을까요?
📎 출처: 원문 보기
- sciencedaily.comhttps://www.sciencedaily.com/releases/2026/06/260609025509.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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