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리랜서 개발자 시급·단가 계산법 — 연봉 역산으로 견적 뽑는 공식
회사 월급을 시급으로 나누면 안 된다. 프리랜서 개발자 시급과 프로젝트 단가를 목표 연봉에서 역산하는 계산법 — 경비·세금·비가동 시간까지 반영한 공식과 숫자 예시로 정리했다.
솔직히 고백하면, 회사를 나와 처음 외주를 받았을 때 내 단가 계산은 이랬다. "연봉 6천만 원 받았으니까 그걸 시간으로 쪼개면 되겠지." 2,080시간으로 나눠 시급 약 2만 9천 원. 그 숫자로 첫 프로젝트를 2주 만에 끝냈고, 입금된 돈을 보며 꽤 뿌듯했다.
석 달 뒤 건강보험 지역가입자 고지서를 받고 나서야, 계산이 통째로 틀렸다는 걸 알았다.

회사 월급을 시급으로 나누면 왜 안 되나
단가가 어려운 이유는 숫자가 복잡해서가 아니다. 회사원일 때 나 대신 회사가 내주던 비용이 전부 내 몫으로 넘어오는데, 그게 눈에 안 보이기 때문이다.
월급쟁이의 연봉에는 숨은 보조금이 잔뜩 들어 있다. 4대보험 사용자 부담분 절반, 노트북과 사무실, 유급휴가, 아파서 쉬어도 꽂히는 월급, 일감이 비는 날에도 들어오는 급여까지. 프리랜서가 되는 순간 이 전부가 사라지거나 내 통장에서 빠져나간다.
특히 체감이 큰 건 건강보험이다. 직장가입자일 땐 보험료를 회사와 반씩 나눠 냈지만, 프리랜서는 지역가입자로 바뀌면서 소득·재산 기준으로 전액 혼자 부담한다. 여기에 사업소득 원천징수 3.3%(소득세 3% + 지방소득세 0.3%)가 먼저 떼이고, 다음 해 5월 종합소득세 정산에서 소득 구간에 따라 더 토해내는 경우가 흔하다.
그래서 "연봉 ÷ 근무시간"으로 시급을 뽑으면 거의 예외 없이 실제로 벌어야 할 금액의 절반 근처에서 멈춘다. 내가 딱 그 함정에 빠졌다.
시급은 '역산'으로 구한다
제대로 된 순서는 반대다. 시장 시세를 먼저 보는 게 아니라, 내 통장에 남겨야 할 돈에서 거꾸로 올라온다.
- 목표 실수령액을 먼저 정한다. 세금·보험 다 떼고 내 손에 쥘 돈. 여기선 연 6,000만 원으로 잡자.
- 세금과 4대보험을 얹는다. 소득 구간마다 다르지만, 원천징수와 종소세·지역보험을 합쳐 매출의 약 25%가 세금·보험으로 나간다고 보수적으로 가정한다.
- 연간 사업 경비를 더한다. 장비 교체, 개발 도구·클라우드 구독, 세무 대행, 손해배상 보험, 작업 공간. 대충 잡아도 연 600만 원은 쉽게 넘는다.
- 진짜 '돈 버는 시간'으로 나눈다. 여기가 핵심이다.
네 번째가 왜 중요하냐면, 프리랜서의 하루는 전부 청구 가능한 시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영업 메일, 견적서 작성, 계약·세금계산서 처리, 신기술 공부, 그리고 일감이 아예 없는 공백기. 1년 중 실제로 클라이언트에게 비용을 청구할 수 있는 시간은 생각보다 훨씬 적다.
달력을 펴고 세어 보면 이렇다. 365일에서 주말 104일, 공휴일 약 15일, 휴가·아픈 날 약 25일을 빼면 일할 수 있는 날은 대략 220일. 하지만 그중 60~70%만 청구 가능 업무에 쓰인다고 보면, 연 청구 가능 시간은 약 1,100시간에 그친다. 회사원이 당연하게 채우던 2,080시간의 절반 수준이다.
| 항목 | 값 |
|---|---|
| 목표 실수령(연) | 6,000만 원 |
| 세금·4대보험 반영 (매출의 약 25%) | 매출 ÷ 0.75 |
| 연간 사업 경비 | 600만 원 |
| 필요 연 매출 | 약 8,600만 원 |
| 연 청구 가능 시간 | 약 1,100시간 |
| 역산 최소 시급 | 약 78,000원 |
계산은 이렇다. 필요 매출 = (6,000만 ÷ 0.75) + 600만 ≈ 8,600만 원. 이걸 1,100시간으로 나누면 시급 약 78,000원. 처음 내가 때려 넣은 29,000원과 비교하면 2.7배다. 같은 연봉을 벌려면 외주 시급은 회사 시급의 두세 배여야 한다는 뜻이다.
프로젝트 견적은 시급 × 공수 + 버퍼
시급이 나왔으면 프로젝트 금액은 '공수(투입 시간) × 시급'이다. 문제는 공수 추정이 늘 틀린다는 점.
개발자의 시간 추정은 거의 항상 낙관적이다. 기능을 머릿속으로 그릴 때는 깔끔하지만, 실제로는 예외 처리, 리뷰 반영, 환경 문제, "이것만 살짝" 요청이 쌓인다. 그래서 나는 기능별로 이상적인 시간을 적은 뒤 1.5배를 곱한다. 처음 겪는 기술 스택이거나 요구사항이 모호하면 2배까지 올린다.
| 단계 | 이상적 추정 | 버퍼 ×1.5 |
|---|---|---|
| 설계·기획 | 10h | 15h |
| 프론트엔드 | 30h | 45h |
| 백엔드·API | 25h | 38h |
| 테스트·배포 | 15h | 23h |
| 합계 | 80h | 121h |
121시간 × 78,000원이면 약 944만 원. 반올림해서 "최소 950만 원부터"로 제시한다. 여기서 중요한 건, 이 숫자는 범위(스코프)가 고정됐을 때만 유효하다는 것이다. "로그인 기능 추가요", "디자인 조금만 바꿔요"가 계약 범위 밖이면 전부 추가 비용이다. 범위를 글로 못 박지 않으면 아무리 시급을 잘 뽑아도 의미가 없다.

내가 두 번 데인 실수들
첫째, 싸게 시작하면 그 가격이 꼬리표가 된다. 첫 고객을 잡으려고 후하게 깎아줬더니, 그 단가가 레퍼런스가 되어 다음 제안에서도 발목을 잡았다. 소개로 들어온 두 번째 고객이 "저번에 그 금액으로 하셨다면서요"라고 했을 때 아찔했다. 할인은 1회성 이벤트지 기본값이 되면 안 된다.
둘째, 범위를 안 정하고 시작했다가 무한 수정에 갈려 나갔다. "대략 이런 느낌으로요"로 시작한 프로젝트가 넉 달을 끌었다. 두 번 당하고 나서는 착수 전에 기능 목록·수정 횟수·추가 요청 단가를 문서로 합의한다. 착수금(보통 30~50%)도 받는다. 전액 후불은 리스크를 혼자 다 떠안는 구조다.
솔직히 가장 뼈아팠던 건 따로 있다. 단가를 올리는 걸 '뻔뻔한 일'처럼 느꼈던 것. 하지만 경비와 세금, 비가동 시간을 숫자로 적어 놓고 보니, 그건 뻔뻔한 게 아니라 생존선이었다. 국내 프리랜서 플랫폼의 단가표가 낮게 형성돼 있는 것도 이 '죄책감 가격'이 쌓인 결과라고 본다. 물론 역산 공식이 만능은 아니다. 시장에는 고객이 받아들이는 상한선이 있고, 아무리 내 비용 구조가 그렇다 해도 그 선을 넘으면 일이 끊긴다. 그래서 역산 시급은 '내가 받아야 할 최소선'이고, 실제 제시가는 그 위에서 시장과 협상하는 출발점으로 쓴다.
단가 책정 전 체크리스트
- 목표 '실수령액'부터 정했는가 (매출 아님)
- 세금·4대보험(지역가입자 전환 포함)을 매출에 얹었는가
- 장비·구독·세무·보험 등 연간 경비를 반영했는가
- 영업·공백기를 뺀 '청구 가능 시간'으로 나눴는가
- 공수에 1.5~2배 버퍼를 곱했는가
- 계약서에 범위·수정 횟수·추가 단가를 못 박았는가
- 착수금을 받는가
단가는 자존심 싸움이 아니라 산수다. 내 비용 구조를 숫자로 적어 보면, 받아야 할 금액이 생각보다 훨씬 높다는 걸 누구나 확인하게 된다. 첫 프로젝트에서 나처럼 당해 본 분, 혹은 지금 견적서 앞에서 커서만 깜빡이고 있는 분 있으신가. 여러분은 시급을 어떻게 계산하는지, 버퍼는 몇 배로 잡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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